고구려 건국시조 고주몽은 드라마 속에서처럼 늘 그렇게 의협심이 강한 인물이었을까? 소서노와도 과연 애틋한 연인관계였을까?
하지만 우리의 역사기록은 드라마 내용과 거리가 멀다.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여온 MBC 월·화 드라마 '주몽'이 6일 종영을 앞둔 가운데 그동안의 인기 만큼이나 왜곡된 역사인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몽을 의협심이 강한 인물로만 그린 것은 역사기록과는 다르며, 삼국사기에 단 한 줄 등장하는 소서노(召西奴)의 역할에 대해서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것. 주몽과 소서노의 관계도 드라마적 상상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학자들은 주몽을 '다른 남자의 아들이 둘씩이나 딸린 8세 연상의 과부를 아내로 맞아들여 재산을 축적하고 그 발판으로 나라를 세웠으면서도 북부여에서 도망나올 때 버리고 온 친아들(유리)이 뒤늦게 찾아오자 그를 세자로 세워 왕권을 물려준 냉혹한 인물'로 평가한다.
삼국사기 권 제13, 고구려본기 제1 동명성왕조 등의 기록에 따른 해석이다. 부여에서 맞아들인 조강지처, 즉 유리(琉璃)의 어머니(드라마 속 '예소야')는 성이 예씨(禮氏)라고만 전한다. 삼국사기 권 제23, 백제본기 제1을 보면, 유리의 등장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낀 소서노의 두 아들 비류(沸流)와 온조(溫祚)의 분노가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대왕(주몽)이 처음 졸본에 도망왔을 때는 어머니가 재산을 기울여 나라를 세우는 일을 도왔다"는 비류의 말이나, 백제본기 온조왕조와 고구려본기 동명성왕조의 기록에 따라 출생과 사망연도 그리고 행적 등을 고려할 때, 주몽은 '연상의 과부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매우 정략적으로 이용'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이 무리라는 의견도 있다. 빈약한 사료에도 불구하고 소서노를 '고구려와 백제를 세운 국모' 등으로 과장된 역사 해석을 한다는 것. 한국고대사 전공인 영남대 김정숙 교수는 "드라마의 역사왜곡이 심각하다"면서 "올 여름 고대사학회에서 '드라마와 역사'라는 주제의 학술 워크숍을 열고 이같은 폐해를 지적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향교에서 삼국사기 열전을 강의할 계획인 이완재 영남대 명예교수도 "사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극적 상상력으로 드라마를 진행하다 보니 역사에 대한 오해가 많은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주몽은 종영 2회를 앞두고 50%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제작진은 6일 81회로 마무리될 장면에서 주몽이 장렬하게 전사하는 비극적 엔딩과 해피엔딩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다, 해피엔딩으로 끝맺기로 결정했다.
또 유리의 어머니 예소야가 왕후의 자리에 오르고 소서노는 주몽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두 아들과 함께 남하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