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오늘은 개구리들이 놀라서 밖으로 튀어나온다는 경칩(驚蟄)날이로구나. 경칩은 놀랄 경(驚), 숨을 칩(蟄)! 즉 겨울 동안 땅 속에 숨어있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얼음이 풀리고 비가 내리자 놀라서 밖으로 나온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예로부터 경칩날에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단다.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는 지방도 있다는 구나. 아마도 막 깨어나려는 빈대알들이 흙 속에 묻히기 때문이 아닌가 해.
또 이때쯤이면 농가에서는 장 담그기를 한단다. 장을 담글 때에는 마른 고추, 참숯 등도 함께 넣는대. 마른 고추의 붉은 색은 악귀를 쫓는 뜻이 있고, 참숯은 살균작용을 하기 때문이래. 장을 담근 독을 장독이라고 하는데 잡귀가 들지 못하도록 왼새끼를 꼬아 솔잎, 고추, 한지를 끼운 금줄을 쳐 장맛을 지키지. 아마 지금도 시골에 가면 금줄이 쳐진 장독을 많이 볼 수 있을 거야.
또 장담그기가 끝나고 날이 완전히 풀리게 되면 겨우내 쌓인 변소를 푼단다. 인분은 직접 논밭에 뿌리기도 하지만 퇴비더미에 묻어서 몇 달간 잘 썩게 한대. 이렇게 만든 거름을 '두엄'이라고 하는데, 아주 좋은 거름이 된단다. 두엄은 화학비료인 금비에 비해 땅의 힘을 높이는데 아주 요긴하게 쓰였단다.
요즘은 가게에서 사다 뿌리는 비료를 많이 쓰는데 옛날에는 두엄이 모든 비료의 으뜸이었지. 그래서 두엄의 재료가 되는 오줌도 아무데서나 누지 말고 꼭 집에서 누도록 했단다. 요즘 도시 생활과는 매우 다른 생활이었지.
참 어제는 정월 대보름날이었지. 대보름의 풍속에는 동신제, 달맞이, 쥐불놀이, 더위팔기 등 여러 가지가 있어.
동신제(洞神祭)는 마을의 수호신에게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지내는 제사를 말해. 온 마을 사람들이 질병과 재앙으로부터 풀려나고 농사가 잘 되고 고기가 잘 잡히게 해 달라고 비는 것이지.
그리고 달맞이를 하였는데 이 때에는 떠오르는 달의 빛, 모양, 높이, 윤곽 등으로 풍년이 될지 아닐지를 짐작했단다. 논둑과 밭둑을 태우는 쥐불놀이도 풍년을 비는 행사인데, 이것은 잡초를 태움으로써 해충의 알을 죽여 풍작을 기원하는 바램이 들어있었어.
더위팔기는 아침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 동네 사람을 만나는 대로 상대방의 이름을 불러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게' 하는데 그렇게 하면 그 해 여름은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구나. 그런데 다른 사람이 자기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도리어 '내 더위 먼저 사가게' 하며 응수하기도 하였는데, 그러면 웃음이 터졌지.
또 보름날에 어린아이나 병이 들어 마른 사람이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다가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을 백가반(百家飯)이라고 했단다. 백가반은 귀하게 자라는 아이를 천하게 길러야 건강하게 크며, 앓고 난 사람도 천하게 먹어야 빨리 회복하여 건강해진다는 믿음과 바램에서 그렇게 하였지.
이러한 우리 고유의 풍속을 살펴보면 우리 조상들이 얼마나 지혜롭게 살아왔는가를 짐작할 수 있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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