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시비비 코너)국군 해외파병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다산부대에서 활동하던 윤장호 병장이 탈레반 무장세력의 자살폭탄테러로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외 파견 한국군의 죽음은 베트남전 이후 처음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외 파병부대를 철군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라크 파견부대 규모를 줄인다는 계획뿐 명확한 철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7월에는 이스라엘과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레바논에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

국군 해외 파견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 국제사회에의 기여, 테러와의 전쟁 등 여러 이유를 대며 찬성하는 입장과 안전 문제, 파견 명분 취약 등을 근거로 반대하는 입장이 오래전부터 맞서 왔다. 그러나 머나먼 타국에서 스러진 한 젊은이의 희생은 논란의 양상을 상당 부분 바꾸고 있다. 대세이던 찬성론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학생들은 국군 파견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물론 '내가 현재 군인이라면', '내가 군대 간 자녀를 둔 부모라면' 등 당사자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군 해외 파견 현황

한국군은 현재 이라크 2천200여 명을 비롯해 세계 8대 분쟁지역에 2천500여 명이 파병돼 유엔평화유지군(PKO)으로 활동하고 있다. 윤 병장이 소속된 다산부대는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기지에 동의부대와 함께 주둔하고 있는 205명 규모의 의료·공병 부대다. 이라크 아르빌에는 최대 규모의 병력이 파견돼 있으며, 지난 28일에는 아르빌로 파견될 자이툰 부대 6진 569명에 대한 환송식이 열리기도 했다. 오는 7월에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의 휴전을 감시하는 유엔평화유지활동의 일환으로 350명의 특전사 요원을 파견할 계획이다.

▶ 국제사회에서의 역할과 한·미 동맹

한국군 해외 파병의 주요 근거는 세계 10위권의 국력에 걸맞은 국제사회에의 기여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국력에 맞는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이만큼 컸고, 세계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나라의 입장에서 그 역할은 결코 마다할 수 없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는 더 커질 것이다. 우리는 그 부담을 감내하는 데에서 나아가 적극적으로 우리의 기여를 찾아 나서야 한다.'(신문 사설)

6.25 전쟁 때 유엔군의 도움을 받은 점도 더러 강조되며, 반대 입장을 공격하는 소재가 된다. '우리는 6·25전쟁 때 피로써 이 땅을 지켜 준 유엔에 큰 빚을 지고 있다. 당시 미군 3만6천940명을 비롯해 16개 참전국의 장병 4만670명이 전사했고, 10만4천280명이 부상했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자유민주주의도 지켜 내지 못했고, 경제성장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윤 병장의 고귀한 희생을 반전이나 해외파병 반대, 파병부대 철수 주장의 빌미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신문 사설)

한·미 동맹, 테러와의 전쟁 등 다른 이유들도 적잖이 제기된다. '긴밀한 한.미 동맹의 유지나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이해된다. 여기엔 국제사회와 동떨어지게 행동해선 생존과 발전을 도모하기 어려운 우리의 지정학적 변수가 고려됐다. 국제사회가 최대의 적으로 간주하는 테러의 방지와 평화 정착을 목표로 다산부대나 자이툰부대 등이 창설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신문 사설)

'테러사건을 철군주장 빌미로 삼는다면 그것은 테러 앞에서 뒷걸음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거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답게 2·27 테러는 국제 신의를 새삼 강조하는 역설의 기회여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 실익도 명분도 없는 희생

한국군 파견의 주요 논리들은 시민단체, 일부 언론 등의 반대 논리 앞에서는 무색해지기 일쑤다. 국력에 걸맞는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 자체에 대해서야 반대가 있기 힘들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파견 부대들이 주로 미국의 세계 전략에 보조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큰 명분을 갖기 힘들다.

'한국정부는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사실상 미국의 패권정책을 돕는 파병을 지속하고 있다. 국방부는 동의다산부대가 언제든지 철군할 수 있는 조건에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철군을 1년 미루었다. 이라크 아르빌은 미군 스스로도 언제든지 다국적군이 철수해도 되는 지역이라고 미 의회에 보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올해 6월까지 '철군' 아닌 '철군계획'을 준비하겠다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정부는 현재 레바논 평화유지군(UNIFIL)의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참여연대 성명) 파병의 원칙 자체가 불분명한 데다 파병지 상황에 대해 국민에게 명확히 알려주지 않는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

파견부대의 평화유지 활동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아프간에 파병된 다산 동의부대가 인도적 지원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홍보해왔으나 사실 다산 동의부대의 주 임무는 아프간에 파병된 다국적군을 위한 시설개보수, 이들에 대한 진료이지 아프간 주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이 아니다. 인도적 구호활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2001년 아프간 파병 동의안에 명시되어 있다.'(참여연대 성명)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아프가니스탄의 바그람 기지 자체가 지역 주민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라크 파병 때 내세운 '국익'도 지금 와서는 허망한 것으로 진단된다. '2004년 이라크 추가 파병을 앞두고 국방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미국은 550억달러에 이르는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한국을 핵심그룹으로 선정했다며 △단기적으로 이라크 전후 복구사업에서 경제적 실익 확보 △중·장기적으로 중동지역 석유화학, 통신사업 등에 진출 △안정적 원유 도입처 확보 등을 열거했다. 정부가 예측했던 이런 장밋빛 성과는 이라크 전후 처리가 수렁에 빠지면서 물거품이 돼 가는 형편이다. 한국 업체들이 이라크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파병에 따른 현지 여론 악화로 김선일씨 사망과 같은 불행한 일을 겪어야 했다. 2004년 이후 자이툰 부대 등 국외파병 비용 3천여억 원도 고스란히 국민 부담이 됐다.'(신문 기사)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고 관심을 갖는 결정적인 문제는 파견된 군인들의 안전이다. 이번 사건은 설마 하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는 점, 향후 빈발할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우리 군이 파견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수단 등지는 반군이나 테러 세력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상존하는 곳이기 때문에 안전에 관한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해외 파견 부대의 안전 대책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하고, 문제가 있다면 즉각 철군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기서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각계의 철군 요구에 한·미 동맹의 의무를 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나 진정 동맹국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일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고 맹목적으로 동맹 상대국 미국을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으로 하여금 국제사회의 여론에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이다.'(신문 사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예상문제

△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보유에 대한 확실한 정보도 없이 이라크를 공격했다. 그러면서도 국제적 환경 협약을 외면하는 등 세계 최강국이면서도 자국 중심의 부도덕성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지 의견을 제시하라.

△ 이라크 파병 당시 자이툰 부대 지원 경쟁률은 무려 16대 1이나 됐다. 젊은이들이 왜 앞장서 이라크에 자원했는지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하고, 정부나 국회가 밝힌 파병 이유와 걸맞는지 비교하라.

△ 2003년 이라크에서 오무전기 노동자들이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피살된 사건이 있었으며 2004년에는 이라크 무장세력이 한국의 파병 철회를 요구하며 김선일 씨를 납치 살해하기도 했다. 해외 분쟁 지역에 한국군을 파견함으로써 평화를 위한 한국의 노력을 알리고 외교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 헛된 것이라는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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