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은사님의 정년 퇴임식에서

은사님의 정년 퇴임식에 갔다. 가기 전 지하철에서 정년을 맞는 마음은 어떠실까 궁금했다. 더 이상 출근할 곳이 없어진다는 상실감이 커서 착잡한 심정일까. 사회적 삶이 끝난다는 허탈감을 느끼실까. 퇴직 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계실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도착한 퇴임식장에는 '송축'이라고 씌어 있는 펼침막이 걸려 있었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그래 참 축하할 일이 분명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40년 가까운 세월을 교직에 몸담을 수 있도록 건강하게 살아오신 일을 축하할 일이다. 자의든 타의든 중간에 교직을 그만두지 않고 정년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던 일도 축하할 일이다. 게다가 당신이 원하던 직위에 올랐으니 그것도 축하할 일이다.

2007년 2월28일자 정년 퇴직자가 대구 중등 교원만 35명이다. 이 분들은 지난 60~70년대 어렵고 힘든 시절 교단에 첫 발을 내딛어 궁벽진 마을 학교를 거치며 교단에서 평생을 보낸 분들이다.

선배 교사들을 대접하며 젊은 교사 시절을 보냈다. 경력이 조금 붙어 선배로 대접을 받을 만할 때 교단 민주화의 과도기를 맞아 젊은 후배들로부터 무능한 선배로 몰리기도 했다. 그 뒤 일부 교원들은 교장, 교감 직위에 올랐지만 교사보다 힘든 관리직 생활을 해야 했다. 이렇게 40년을 살고 정년을 맞았으니 '만감이 교차한다.'는 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자리다.

은사님은 퇴임사에서 어려운 환경에서 정년에 이르기까지 도와준 가족, 친지, 선·후배, 동료, 제자, 학부모, 지역 사회 등에 대한 진실한 감사의 뜻을 표하셨다.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 겪었던 애환과 교육적 기대를 간략하게 말씀하셨다.

당신은 정년에 이르기까지 '양심을 따라서 최선을'이란 교육적 화두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노라 하셨다. 담임교사 시절 급훈도 이 내용으로 삼았고, 학생들께 전하는 훈화도 늘 이 주제를 중심으로 삼았다고 하셨다.

이렇게 살다보면 손해 볼 때도 많았지만, 개의치 않고 살았노라 하셨다. 그래서 자식들이 올곧고 바르게 성장해 준 것 같아 더욱 고맙다는 말씀도 하셨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퇴직 후의 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숨기지 않으셨다. 먼저 퇴직하신 분들이 '얼마나 좋은지 당신도 퇴직해 보면 안다.'는 말을 하셨다며, 그 말의 의미에 대해 약간의 기대감도 표했지만 막막하고 불안한 느낌을 감추지 않으셨다.

정년을 맞으신 여러 선생님들 그 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껏 잘 살아오신 것처럼 정년 후에도 새롭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당신들이 다진 훌륭한 교육적 토양에서 우리 후배들은 또 다른 교육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세간에 뜨는 '당신멋져'라는 건배사가 생각납니다.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때로는 져주며' 살아가는 모습, 바로 당신들의 모습입니다. 정년하신 선생님들 당신 정말 멋집니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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