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한명숙 국무총리는 대구 섬유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대구 섬유 발전을 위해 고기능성·산업용 섬유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섬유업계에서도 끊임없는 R&D를 통한 기능성·산업용 섬유로의 전환만이 살 길이라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지역에서도 차별화된 섬유 개발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섬유업체들이 적잖다. 이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희한한 섬유' 속엔 희망과 가능성이 함께 새겨져 있다.
◆날카로운 칼도 겁 안 난다
강도 용의자를 쫓고 있는 형사 A씨. 용의자가 수세에 몰리자 몸에서 칼을 꺼내들고 위협을 한다. A씨는 날카로운 칼에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용의자를 별 어려움 없이 제압한다. 평소 때 같으면 상당히 겁에 질려야 할 상황이지만 A씨는 대담하게 용의자를 잡아낸 것. 비결은 A씨가 착용하고 있던 '방검장갑'에 있었다.
방검장갑은 (주)딘텍스코리아의 제품. 올해 1월 특허 등록을 한 데 이어 경찰청 본청으로 납품도 하고 있다. 이 제품은 스테인레스 와이어에 고강력 폴리에틸렌사를 피복해 초고강도의 섬유로 만든 것. 이철호 대표는 "강도가 일반 타이어 코드사보다 4, 5배 높고 니트 장갑으로선 최상위급의 강도를 자랑한다."고 소개했다. 절단에 강한 재질로 인해 크레인 와이어나 로프 대용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업체는 이 밖에 야광 장갑이나 대나무 재질을 이용한 섬유 등 30여 종의 특수 섬유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달군 쇠파이프도 거뜬히 잡는다
철강공장에 일하는 B씨는 최근 벌겋게 달궈진 쇠파이프를 가끔 손으로 잡아 옮긴다. 수 백 도에 이르는 쇠파이프를 그냥 손으로 잡는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지만 B씨는 이 같은 인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거리낌 없이 뜨거운 파이프를 들었다 놓는 것이다. 그러고도 B씨는 약간의 뜨거움만 느낄 뿐 전혀 손에 부상을 입지 않는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바로 '방열장갑'이 있기 때문이다.
방열장갑은 우양신소재(주)가 개발한 메탈 섬유로 만들어진다. 스테인레스 원사를 사용한 메탈 섬유는 300℃ 미만을 견디는 일반 섬유와 달리 무려 1천℃까지 견딜 수 있다. 윤주영 대표는 "두께가 두꺼울수록 열전도율이 낮아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섬유는 전자파도 차단하는 기능이 있어 전자파 차단 용도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윤 대표는 덧붙였다.
◆가방에 넣었다 바로 꺼내 입는다
여대생 김모(22)씨는 날이 저물어 쌀쌀해지자 가방에서 코트를 꺼낸다. 온통 구겨져 입기가 어려울 것 같았지만 김씨는 몇 번 훌훌 털고 코트를 이내 입는다. 어느새 코트에 구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 코트의 비밀은 형상기억 섬유에 있다.
이명진 (주)덕우실업 개발부 차장은 "구겨졌다가도 털기만 하면 펴지기 때문에 별도로 다림질이 필요 없고 휴대하기도 간편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유용한 섬유 소재라고 덧붙였다.
이 업체가 지난해 6월 판매에 들어간 형상기억 섬유는 폴리에스테르 직물의 일종으로 구김 전을 기억하고 있는 특수 원사를 후가공해 탄생시킨 원단이다. 이 업체는 여성용 코트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형상기억 섬유를 향후 남성용 자켓 등으로 확대시킬 계획이다. 이 차장은 "원단에 발수 처리 가공을 하면 다양한 기능성 의류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얇은 점퍼 하나로 추위 걱정 끝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이모(43)씨는 산을 오르다 그만 비를 만났다. 세차게 내리는 빗물과 강하게 몰아치는 바람, 그리고 급격히 떨어지는 기온으로 큰 위기를 맞았지만 이씨는 의외로 덤덤하다. 평범해 보이는 얇은 점퍼의 효과를 믿기 때문이다.
이씨의 점퍼는 (주)비에스지가 개발한 폴리우레탄 수지를 이용한 특수 섬유로 만들어져 투습방수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홍종윤 (주)비에스지 대표는 "폴리우레탄 수지를 발포하면 미세한 기공이 생기는데 이 기공이 몸의 열기를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반면 바깥의 비·바람은 철저히 차단해 쾌적함과 함께 항상 체온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 보온 효과가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외국 '고어텍스'를 국산화한 이 제품은 기존 고어텍스와는 달리 '신축성'이란 기능을 더 추가했다. 특히 방수율은 일반 우산이나 비옷보다 20배 이상 높다는 것. 이런 기능으로 인해 비옷과 방한복, 군복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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