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마지막 토요일, 서울 인사동. 주로 문헌류와 근현대사 자료를 주로 취급하는 어느 경매장. 연구 목적 자료수집이든, 돈벌이 목적이든, 연구자와 애호가·전문상인 등 100여명의 빛나는 눈동자들이 여러 자료를 탐색하고 있었다.
출품번호 102번, 국채보상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면암 곽종석 선생의 친필 자료가 등장했다. 호가가 이루어지고 여러 입찰자의 치열한 경합 끝에 서울 사람의 어떤 용도에 의해 고가에 낙찰이 되었다. 또 두어 해 전 경상감영 관련 중요 고문서가 다수 발견되어 갈 곳을 찾다가, 결국 종착지를 우리의 영원할(?) 것 같은 서울, 그 곳의 한 대학 도서관 귀중본실로 잡아 지금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역외 유출의 심각성은 경제와 인적 자원 유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구·경북의 지역 관련 자료라는 훌륭한 문화 자원들도 제대로 갈 곳이 없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중앙박물관의 급수 낮은 분관에 지나지 않아 구조적으로 지역 자료를 자체적으로 수집·정리할 수도 없다.
또 달성공원 내 한 귀퉁이에 위치한 대구향토사료관에서 자료 확보 흉내만 내는 정도로는 소중한 지역 자료 수집은 불가능하다. 누가 이런 문제 제기를 하면 예산과 인력 부족 이야기가 자동으로 따라나온다.
서울·부산(분관까지 있다)·경기·인천·광주·울산·수원 등 대부분의 대도시 지역은 시립(역사)박물관이 이미 가동 중이거나 개관 준비 중에 있다. 더구나 경산·성주 등 시·군 지역만 해도 나름대로 해당 지역 자료를 확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 지역이 예산과 인력이 남아 돌아서가 아닐 것이다. 나름대로 문화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것이다.
대구에도 문화재단 설립과 본격적인 시립박물관 설립이 계획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환영할 일이다. 여러가지 문화 관련 현안 사업들이 많겠지만 대구 정신의 고갱이인 지역 자료부터 챙기고 연구하자!
서울역사박물관은 개관을 준비하면서부터 이미 관련 자료들을 모아 임시 수장고를 마련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해 어렵지 않게 개관을 맞이할 수 있었다. 밥 없는 빈 그릇만 박박 긁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자존심은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국채보상공원은 제야의 '타종'(打鐘)을 하는 곳으로만, 경상감영공원은 도심지의 외로운 섬으로만 남을 것인가? 이러한 곳들이 보다 의미 깊은 자리로 남으려면 '우리가 무엇을 먼저 해야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시간이 없다.
조현제 대구·경북 서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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