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든 건물서 불나면 누구 책임?

전원차단기 내려둔 가구점 밤새 불…"세입자 관리 의무 미흡" 배상해야

가구판매업자 이모(44) 씨는 지난 2005년 3월 자신이 임대차 계약을 맺고 운영하던 가구점이 몽땅 불타 버렸다. 전원차단기까지 내려놓고 퇴근했지만 밤사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난 것. 자신의 손해는 감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문제는 건물이 입은 피해였다. 그래서 이 씨는 건물주에게 손해 배상금조로 500만 원을 지급하고 손해배상 청구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받아냈다. 그러나 이 각서는 결국 종이조각에 지나지 않았다. 건물주가 4억 원의 손해보험에 가입해 있었기 때문에 화재 보험사가 6천600만 원의 보험금을 건물주에게 지급하고 이 씨에게 보험금에 해당하는 액수만큼 구상금 청구소송을 낸 것.

지루한 소송이 이어졌지만 재판부는 이 씨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대구지법 민사 54단독 김미경 판사는 5일 건물주의 보험사가 세입자 이모(44) 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이 씨는 6천6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화재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세입자가 그 책임을 면하려면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이 씨가 비록 주전원 차단기를 내려놓고 퇴근했지만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재판부는 "건물주와 500만 원으로 화재 손해에 대해 합의했지만 이 화재에 따라 발생한 손해가 1억 원에 이르러 이 금액은 손해배상금의 일부를 받기로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의 경우, 화재의 발생원인이 불명확해도 그 피해 책임을 엄격히 묻고 있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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