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산사람의 마음은 벌써 봄이다. 한시라도 빨리 산에서 봄맞이를 하고 싶어서다. 겨우내 움츠린 몸과 마음을 기지개 펴고 지천으로 풍기는 봄내음을 맡기 위해 산행 채비를 서두른다.
경남 합천 모산재(767m)는 아름다운 경치와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산행코스로 봄 산행에 좋은 곳이다. 이름이 독특한 모산재는 경북 합천의 제2명산인 황매산이 모산이다. 모산재는 하나의 거대한 수석이자 기암괴석의 전시장이다. 산 아래에서 올려다보기만 해도 경탄을 자아내지만 땀 흘려 암릉에 올라서야만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봄날씨는 변덕스럽기만 하다. 대구에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비가 흩뿌리더니 등산 채비를 하는 동안 거짓말처럼 그친다.
산행은 영암사지 입구 주차장에서 왼쪽으로 난 등산로를 타면 된다. 바위에 페인트로 칠해진 화살표가 등산객을 정상으로 안내한다. 오전에 내린 비로 바위는 미끄럽지만 암릉을 타고 계속 올라가면 오른쪽 바위병풍이 뛰어난 풍광을 선물한다. 설악산에 온 듯 착각할 정도인 이곳은 모산재 북동릉이다.
북동릉을 계속 바라보면서 올라가면 정면으로 50m가 넘는 암릉에 다다른다. 암릉 아래에서는 쇠난간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쇠난간을 지나면 다시 왼쪽 급경사 바위에 걸쳐진 철계단 아래에 닿는다. 약 30m 높이의 철계단을 가슴 졸이며 올라가면 황포돛대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높이 6m로 돛단배처럼 생긴 기암이다. 이 바위 오른쪽에 서면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저수지와 인가가 아찔하게 내려다보인다. 아침에 내린 비로 운무가 장관을 이룬다.
황포돛대바위를 뒤로 하고 암릉을 계속 타면 무지개터에 닿는다. 무지개터를 뒤로 하고 숲길을 지나면 펑퍼짐한 너럭바위 꼭대기에 다다른다. 모산재 정상이다. 정상에서 바라본 3월의 산은 아직 겨울옷을 벗지 못했다. 마른 나뭇가지 끝에 물이 오르고 있지만 멀리 보이는 산은 아직 동면 중이다.
하산은 북동릉을 타고 내려서면 된다. 북동릉은 황포돛대바위 암릉보다 풍광이 더 뛰어나다. 내리막길이 이어지면서 오른쪽 아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10여 분 정도 내려가면 오른쪽 협곡 건너로 황포돛대바위를 머리에 이고 있는 암릉 허리에 걸린 철계단이 자그맣게 보인다.
다시 북동릉으로 발길을 돌리면 하늘 위의 운동장 같은 넓은 너럭바위를 만난다. 이곳을 지나면 바위가 갈라져 틈이 벌어져 있는 순결바위를 만날 수 있다. 순결하지 못한 사람이 이 바위틈으로 들어가면 바위틈새가 오므라져 나올 수 없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순결바위를 뒤로 하면 급경사 암릉이다. 밧줄을 잡고 암릉을 타고 30분 정도 내려가면 국사당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태조 이성계의 등극을 위해 기도를 올린 곳. 국사당을 뒤로 하고 10분 정도 내려서면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나타난다. 오른쪽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면 영암사지로 들어선다.
영암사지는 절터 전체가 사적으로 지정된 천년고찰이다. 영암사지에서 눈여겨 볼 것은 쌍사자석등. 석등으로 오르는 계단은 전체가 하나의 돌이다. 무지개 모양으로 만든 다리는 작지만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다.
세 시간 산행을 끝내자마자 다시 하늘은 봄비를 흩뿌린다. 영암사지를 병풍처럼 둘러싼 모산재도 봄비를 맞으면서 봄맞이를 서두르고 있다.
▶가는 길=모산재는 황매산군립공원 안에 있다. 대구에서 88고속국도를 타고 고령IC에서 내린 뒤 고령·합천 간 국도 33호선을 타고 합천읍으로 간다. 합천읍에서 군도 15호선을 타고 합천댐을 거쳐서 황매산군립공원 방면으로 가면 된다. 영암사지 입구까지 승용차가 들어갈 수 있지만 주차공간은 좁다. 입장료 무료. 대구에서 1시간 20분 정도 소요. 문의 055)930-3756(합천군 관광개발사업단).
▶산행코스=영암사지 주차장 왼편→돛대바위→무지개터→모산재→순결바위→국사당→영암사지. 3시간 정도 소요.
약도=모산재 산행코스 첨부.
글·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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