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88올림픽과 세계육상선수권

비교적 짧은 역사지만 부침이 많았던 대한민국 역사 중에서 국운이 괜찮았던 시절을 꼽으라면 1986년부터 3년 세월을 들고 싶다. 그 시절 산업화를 넘어서 민주화 시대를 열었고, 연유야 어찌됐든 건국 이후 최초로 국제수지 흑자달성에 성공했으며 주가가 1,000을 넘기도 했다.

이후 흑자관리 철학과 전략의 부재로 성장의 잠재력 배양 및 확충에 실패했고 부동산 값만 폭등해 나라경제에 걷히지 않는 먹구름이 잔뜩 끼게 됐지만.... 그 3년의 세월이 괜찮은 또 하나의 이유는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이라는 대규모 국가 이벤트의 성공이 있었기 때문이다.

86년에는 그간 넘지 못했던 일본을 뒤로 하고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인 중국과 자웅을 겨룰 정도로 스포츠 국력이 발돋움 했다. 더 나아가 88년에는 이념대립으로 얼룩졌던 80년(모스크바)과 84년(LA)의 반쪽 올림픽을 전 세계인의 한마당 축제로 만들면서 4위를 차지해 온 세상을 경악하게 만든 기억도 새롭다.

88년 이후 우리는 올림픽 때 금메달을 몇 개 정도 따는 것은 당연한 것이 되었고, 세계 10위 이내에는 들어야 국민이 그 성과를 인정하게 되었다. 굳이 아름다운 추억인 지난 일들을 들먹이는 이유는 최근 대구와 평창이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2011 세계육상선수권과 2014년의 동계올림픽 때문이다.

우리의 마음을 다잡기 위해 양 대회 유치에 성공해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짚어보자. 먼저 지난 몇 차례의 국가적 이벤트의 성공을 통해 이는 웬만하면 수지가 맞는 장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88 올림픽의 경우 경기장과 주변도로 건설 등 투자지출액(1조 8천931억원)과 올림픽 조직위의 경상지출 등 소비지출액(5천533억원)을 합친 지출총액(2조 4천464억원)의 2배 정도 되는 4조 8천784억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를 얻었다.

부가가치 창출효과(1조 8천859억원)와 고용유발효과(34만여명)도 고려하면 88올림픽은 분명 흑자대회였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역대 최고의 흥행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94년 릴르함메르부터 2006년 토리노 올림픽까지 최근의 동계올림픽은 모두 적게는 420억원부터 많게는 580억원 규모의 흑자를 낸 대회였다. 평창 올림픽의 경우 직접 투자지출액(4조 1천764억원)의 3.5배가 넘는 15조원 규모의 생산유발효과와 7조원의 부가가치 창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고용유발효과는 22만명 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세계육상선수권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선수촌 아파트 건립비 등 856억원 정도의 비교적 적은 투자로 3천5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천500억원의 부가가치 창출효과 등 총 5천000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가시적인 효과 외에도 국가이벤트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균형발전, 정보기술 및 산업발전, 국가와 지방의 브랜드 제고와 관광수입의 증대 등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온다.

둘째로 비록 다른 나라들보다 늦게 시작하고, 때로는 통치권의 연장선상에서 시작되었던 국가 이벤트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국가의 대사 앞에서는 온 나라가 하나가 되는 장관을 경험해왔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힘이자 저력이다.

여기에는 영남도 호남도 없었으며 세대간의 단절도 없었다. 그저 온 국민이 목이 터져라 외치는 "대한민국"만이 있었다. 이런 국가 이벤트의 정점에 2002년 월드컵이 있었다. 대립과 분열의 시대를 종식하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는 대형 국가이벤트의 개최가 더없는 묘약이기에 양 대회의 유치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86과 88은 서울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단핵구조로 발전해온 중앙의 시대의 당연한 결과물이었고 당시의 시대조건이었다. 지금은 지방이 세계를 직접 상대하는 지방의 세계화(glocalization) 시대이다.

국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세계-국가-지방의 도식을 벗어나 세계와 지방이 직접 연결되어야 하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여기서 국가 내지는 중앙정부는 세계를 상대하는 지방의 일이 국가 전체의 일이 되도록 후원해주고, 지역인의 관심사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살려서 오는 2011과 2014년이 86과 88을 넘는 국운 융성기가 되었으면 한다.

임동욱(한국대통령학연구소 부소장·충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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