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한권의 책] 마술은 속삭인다/미야베 미유키

한 때는 열렬한 추리소설 광이었지만 언젠가부터 추리소설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늘 뻔한 살인 사건에, 여기 저기 숨겨져 있는 실마리들, 그리고 끝에 오는 당황스런 반전. 추리소설의 맛이란 결말을 볼 때까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궁금증'의 힘이건만, 이것조차도 자꾸 반복학습을 통해 패턴에 길들여지다보니 그 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새로운 작가를 발견했다. 미야베 미유키. '일본추리서스펜스 대상'을 수상한 작가다. 두터운 팬 층을 거느린 '팔리는' 작가의 반열에 올라 '미미 여사'라는 별칭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소설은 뉴스나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건'사고들로 시작된다. 한 사람은 맨션에서 뛰어내려 자살했고, 또 한 사람은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 여자는 택시에 치어 숨졌다. 신문에서 평범하게 접할 수 있는 이 세 죽음에 연관성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16살 '마모루'는 어느날 교통사고의 가해자가 돼 철창신세가 된 이모부를 돕기 위해 사건의 진상에 조금씩 다가선다. 공금을 횡령하고 자취를 감춰버린 아버지를 둔 탓에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오다 어머니까지 병으로 잃어버리고 이모의 손에 키워진 아이다.

사회파 미스터리로 출발했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실마리로 제시된 것은 '최면술'과 '서브리미널 효과'(영상물 등에 몇 초에 한 프레임씩 광고를 삽입해 무의식적으로 판매를 유발하는 일종의 최면기법)다. '마술'이다. 이 마술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속삭임으로 묘사돼 있다. '오빠, 나 오늘 한가해요. 친구가 돼 드릴께요.'라는 속삭임에 넘어간 일명 '연애장사'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서점 광고영상에 숨어 있는 범인잡는 경찰의 모습 등은 사람의 심리 속에 숨어있는 불안함을 자극하는 '속삭임'이다.

이 책의 장점은 단지 미스터리물에 한정된 글이 아니라는 점이다. 숨가쁜 서스펜스에다, 사회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회 소설이면서, 한 소년의 성장을 담은 성장소설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읽는 재미는 배가 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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