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 지지는 듯한 통증이 한꺼번에 밀려오면 꼼짝을 못합니다." "잠을 자다가도 고통에 잠을 깨기 일쑤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통증이 컸으면 병원을 찾은 환자들이 이런 표현들을 쓸까. 치료를 기다리던 환자들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들 한다.
이유인 즉, 띠 모양의 피부 발진이 몸통과 엉덩이, 얼굴 등에 나타난 후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대상포진(帶狀疱疹)'이 그 주범이었다.
그럼 대상포진은 왜 생기는 걸까.
대상포진은 수두를 앓고 난 후 원인 바이러스가 죽지 않고 사람의 몸 중추신경계에 숨어들어 마치 동면하듯 잠복하게 되는데, 노년이 되어 면역기능이 떨어지면 다시 증식을 시작한 바이러스들이 말초신경을 따라 퍼지면서 신체의 신경다발에 염증과 손상을 불러오는 질환이다. 어릴 적 한 번쯤 앓고 지나가는 수두와 동일한 바이러스(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 질환에 걸릴 수 있지만 건강상태에 따라 발병률은 달라진다. 통계적으로는 대개 인구의 약 20%가 이 질환을 앓게 된다.
다행스런 것은 대상포진은 치료가 끝나면 재발은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앞서 말한 극심한 통증이 지속된다는 것이 이 질환이 안고 있는 맹점이다.
대상포진은 발병 후 통증이 동반되면서 2,3일이 지나면 몸통과 안면 등에 수포성 물집이 잡히기 시작하는데 물집은 2~4주가 되면 저절로 딱지가 앉으면서 진정되지만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그 사이에 바이러스가 신경다발을 파괴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혹은 간헐적인 통증(포진 후 동통)이 계속되면서 회복기간이 길어진다.
50~60대 환자들의 경우 물집이 다 잡혀도 짧게는 3개월에서 최장 1년 이상 통증에 시달리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치료가 빠르면 그만큼 신경통증도 짧아지는 병이 또한 대상포진이다.
때문에 일단 피부에 물집이 없더라도 신체의 한쪽만이 갑자기 아플 때는 대상포진을 의심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와 더불어 대상포진이 발병한 경우에는 간단한 혈액검사, 흉부X선 검사를 포함한 기본적인 건강진단을 받아 보는 것도 좋다. 병의 초기에 스테로이드계 약물이 치료에 효과적이지만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대상포진이 발병하면 보통 처음 일주일간은 항바이러스제와 부신피질호르몬제(스테로이드)의 투약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부신피질호르몬제는 신경다발의 염증을 줄여 포진 후 신경통 발생을 줄이며 초기 통증을 일부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물집이 가라앉은 후 계속되는 통증에 대해선 소염제를 쓰면 진통효과가 난다.
물집이 심하고 진물이 날 때는 일반 약국에서 생리식염수나 과망간칼륨(파란색의 약물)을 구입해 거즈로 적신 다음 상처부위에 찜질을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물집에 딱지가 생기면서 진정된다. 병소가 마르고 난 후엔 더운 찜질을 해도 신경통을 좀 더 빨리 감소시킬 수 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물집이 터지면서 바이러스가 다른 사람들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포진은 수두보다는 전염력이 훨씬 떨어져 드물기는 하지만 수두에 걸린 적이 없는 신생아나 당뇨와 암 환자와 같이 면역기능이 떨어진 경우 전염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는 대상포진이 아닌 수두를 앓게 된다.
또 얼굴에 대상포진이 발생한 경우 물집이 터지면서 흉터가 잘 생길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적절한 처치가 요구된다.
도움말.경북대학교병원 피부과 김도원 교수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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