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TV를 시청할 때마다 자꾸 화면 앞으로 다가가거나 작은 소리로 부를 때 반응을 잘 하지 못한다면 '소아 삼출성 중이염'을 의심해 보자.
보통 세균성 감염에 의해 귀의 통증을 호소하는 급성 중이염과 달리 삼출성 중이염은 통증이나 발열이 없이 귀 안에 진물이 차는 질환으로 그대로 방치하면 난청과 귀울림 현상을 동반할 수 있다. 특히 표현 능력이 떨어지는 생후 6개월부터 4세에서 발병하는 대표적인 귀 질환으로 자칫 부모가 무관심했을 경우 청각신경까지 손상을 입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삼출성 중이염은 흔히 취학 전 아동의 약 90%정도가 한 번씩은 앓게 되고 그 중에서도 급성 중이염을 앓은 소아의 2/3에서는 재발되는 질환에 속하지만 80~90%는 자연치유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10명 중 한 두 명은 제대로 낫지 않고 계속해서 귀 속에 진물이 차 있는 경우가 있다.
원인은 중이의 압력을 조절하는 이관(코와 연결된 통로)에 장애가 생겨 이 부위에 음압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진물(삼출액)이 고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관의 기능장애가 생길 수 있는 선행질환으로는 감기 후유증을 비롯해 코 알레르기, 아데노이드(코 뒤쪽 편도선) 증식증, 축농증, 구개열, 종양, 외부 충격에 의한 귀 속 상처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여아보다는 남아, 모유수유보다는 분유수유, 간접 흡연, 유전, 섬모운동장애, 다운 증후군 등이 삼출성 중이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에 속한다.
일단 삼출성 중이염이 있으면 난청과 말을 할 때 자신의 목소리가 되울리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자주 귀가 멍멍해지거나 일시적인 귀의 통증으로 인해 귀를 비비면서 잠을 잘 못 이루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특히 의사전달이 미숙한 어린 소아들은 난청이 심해지면 주위소리에 반응을 못하고 TV의 볼륨을 자꾸 올리게 된다. 또 오랫동안 질환이 진행되면 음성과 언어발달을 지연시켜 말이 어눌해지고 취학 후에도 학교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한다. 코막힘을 호소하거나 콧물을 흘리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진단은 비교적 간단하다. 귀속 고막을 직접 들여다보아 고막이 안으로 함몰돼 색이 변했거나 광택이 없어졌고 진물과 기포가 고막 안쪽에 비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청력검사도 진단에 도움이 된다.
치료는 단기간의 항생제 복용과 함께 청력의 회복과 만성화를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친 약물요법은 근본적인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삼출성 중이염은 비교적 초기 치료가 용이한 점이 있어도 소아에서는 그 증상이 다양하고 최근까지 많은 진단법과 치료법이 알려져 있어 질환이 진행정도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3개월 이상 지속적인 청력 소실과 다른 증상이 같이 있거나 재발위험이 있는 경우, 또 고막과 중이에 구조적인 손상이 동반되면 수술적인 요법이 필요하다.
수술로는 '환기관 튜브 삽입술'과 '고막 절제술'이 시행될 수 있으며 아데노이드 절제술은 코막힘이나 코골이, 만성 축농증이 동반된 경우가 아니라면 권할 만한 치료법이 아니다.
그러나 삼출성 중이염을 하찮게 여겨 방치할 경우 귀속의 뼈나 구조가 진물이나 세균의 독소로 인해 청각신경까지 손상을 입으면 영구적인 난청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도움말.영남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배창훈 교수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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