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유정의 영화세상] 행복을 찾아서

행복이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해후하는 것,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일까 아니면 수십 억에 달하는 주상복합 아파트를 갖거나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것일까? 사람들은 흔히 '행복'에 대한 질문에 피상적인 대답을 마련한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행복이지요"와 같은 모범 답안 말이다. 하지만 영화 '행복을 찾아서'가 건네는 답은 좀 다르다. 그 대답이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현실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영화 '행복을 찾아서'에서 '행복'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피상적 행복이 유지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에 관한 작품이다. '행복'을 논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것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의'식'주라고 불리우는 삶의 제반 여건 말이다. 영화의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는 본 스캐너라는 의료기를 판매하는 사원이다. 뼈 사진을 찍는다는 이 의료기기는 수요가 별로 없다. 수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크리스는 이미 많은 물건을 사들여놓은 상태여서 빚더미에 올라 앉고 만다. 빚이란 무엇일까? 아내는 하루같이 반복되는 야근에 시달려야 하고, 아들은 싸구려 보육원에서 하릴없이 부모를 기다려야 한다. 당장 먹고 살 일이 해결되지 않는 이들에게 사랑, 평화와 같은 추상어는 멀찌감치 달아나 버린다. 우선은 생존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을 찾아서'는 "서류 가방을 든 록키"라는 표현에 걸맞게 한 남자의 성공기를 그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실제 사실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이 상식적인 성공기와 다른 여정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고난 - 기회 - 성공으로 이어지는 진부한 이야기 방식을 벗어나 지독한 곤란에 빠져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려내는 데 주력한다. 영화의 마지막이 이 남자가 거액의 돈을 거머쥐는 순간이 아닌 단지 정규직으로 취업되는 때에 멈추는 것도 이와 연관된다.

화장실에서 잠을 자고 샤워를 하던 크리스 가드너에게 있어 행복은 걱정 없이 일하는 것, 그리고 그 일의 대가를 받는 것으로 요약된다. 대단한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도, 엄청난 은행 잔고를 유지하는 것도 모두 그 다음 일인 셈이다. 아들과 함께 시간을 나누고 현재, 오늘의 걱정이 아닌 내일을 위해 오늘을 소비하는 삶, 그것이 바로 '행복을 찾아서'가 제시하는 삶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블록 버스터 영화의 단골 주인공이었던 윌 스미스라는 사실이다. '맨 인 블랙', '인디펜던스 데이'와 같은 작품에서 유머러스하고 섹시한 흑인 배역을 맡았던 윌 스미스는 이 작품에서 허름한 낙오자 역할을 수행한다. 함께 출연한 친 아들 제이든 스미스의 연기 역시 기대 이상이다. 잘 다듬어지다 못해 인위적인 아역배우들과 달리 제이든은 진짜 아버지 윌 스미스에 대한 촉촉한 눈빛을 보여준다. 현재의 고통을 벗어나게끔 하는 원동력으로서 아들의 이미지가 설득력을 갖는 셈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 사소한 진리를 잊고 사는 지도 모른다. 하루 아침 노숙자로 전락해 버린 아버지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즈음, 크리스 가드너의 고난기는 가슴 아픈 현실로 다가온다. 일할 수 있는 것, 사소한 이 조건이야말로 행복의 가장 필요한 전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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