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하느님! 장구소리 좋아하세요?

마르틴 루터는 "음악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린 선물 중 가장 훌륭하고 영광스런 것이다"라며 찬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느님이 인간들에게, 특히 한국 사람들에 내려주신 음악선물은 어떤 것일까? 어떤 음악으로 찬양을 해야 더 기뻐하실까?

하느님께 직접 한 번 물어본다면, 하느님은 아마도 "나 요즘 지루하단다"라고 말씀하실 것 같다. "매일 같은 찬양곡을 들으니 졸리는 구나. 내가 왜 세상에 수백 가지의 언어와 음악과 악기를 주었겠느냐. 잘 생각해 봐라"고 하실 것이다.

인간들은 기껏 일백년만 찬양하다 죽으면 그만이지만, 하느님은 영원히 같은 음악을 들어 주시려면 얼마나 힘드실까! 여러 민족에게 각기 다른 재능을 주신 것은 개성있게 살면서 다양하게 찬양하는 모습을 즐기시려는 뜻이리라.

그러나 서양문화가 들어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그 곳의 전통문화와 음악은 파괴되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기독교를 전파하러 나간 서양선교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백색민족 우월주의의 사명을 띠고 문화전쟁의 일선 사령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선교사들은 '그리스도'만 전파하면 되는데, 그들의 서양문화까지 강요했다. 서낭당의 돌무더기와 동신제를 부숴 버리고, 고수레도 국악찬송도 못하게 했다. 이런 것은 모두 미신이고 우상이라 매도하며 철저히 파괴시켜버렸다.

이 문화전쟁에 특히 완패한 나라는 한국이다. 비서구권 어느 나라를 가도 그들의 전통음악어법과 악기에 맞춰 찬양을 올리지 양악으로 찬양하는 나라를 발견할 수 없다. 사실상 뾰족탑도, 그레고리안 성가도, 개신교의 찬송도, 흰 눈썰매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모두 예수님이 탄생한 시대인 예루살렘의 문화가 아니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히브리엘라·비잔틴·아프리카·동방의 여러 나라 음악을 라틴에 맞추어 양식화한 것이고, 개신교의 찬송가도 루터 당시 독일민요와 화란음악까지도 받아들이고, 그 후 비기독교 음악까지도 받아들인 것이다. 예수님도 서양음악으로만 찬송하라 말씀 하신 적도 없다.

하느님은 선교사만 따라 다니신게 아니라 교회 이전부터 온 세상을 주관하고 계셨다. 이제 우리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미사곡이나 찬양곡들이 유럽과 미국으로 전파되는 가운데 그들의 문화 속에서 적응하여 성립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하느님! 진실로 이 땅에서 피아노반주로 하는 찬송을 좋아하십니까? 장구반주로 하는 찬송을 좋아하시나이까? 이왕이면 당신의 귀를 더 즐겁게 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인수(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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