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은 무소유라야 합니다. 그러나 사찰은 넉넉해야죠. 그래야 나눌 수 있습니다."
동안거(음력 10월 15일~1월 15일)를 마치고 나온 우학 스님을 만났다. 영남불교대학·관음사 회주로 도심포교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한 종교인이다. 1992년 처음 도심포교에 나설 때 신도가 16명. 올해로 15만 명을 넘었다.
무려 1만 배의 성장을 이룬 셈이다. 은행 빚을 내 3천만 원짜리 전세에서 시작해 현재 500억~1천억 원 대의 도량으로 키워냈다. 5천여 평의 옥불보전과 대웅전 등에는 하루 수만 명이 다녀가는 도심 속 사찰의 전범이다.
한쪽에선 기도하고, 한쪽에선 문화 강좌를 듣고, 또 중국 칭따오 분원에선 대웅전에서 열리는 스님의 독경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보면서 참선한다. 뉴욕분원까지 개원해 세계로 가는 대구 불교의 길을 열었다. 스님에게 종교의 역할이 뭔지, 또 이러한 성공적인 포교의 비결이 뭔지를 들어봤다.
그는 "종교가 양극화의 완충지대"라고 했다. "돈 있는 사람은 많이 시주하고, 없는 사람은 공간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며 "종교의 목적은 윤택해지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행자나 스님은 가난해야 된다고 믿고 있다. 15만 명 신도의 회주면서 개인통장이나 개인소유의 부동산 하나 없는 것도 그 이유다.
"수행과 포교를 둘로 보지 않을 때 제대로 설 수 있습니다." 영남불교대학이 일반 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 중 또 하나가 회주의 철저한 수행이다. 3개월간 하루 한 끼를 먹으며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는 동안거 수행이 예사일인가. 보통 때도 하루 3~4시간 밖에 자지 않는다. 낮에는 수행하고, 저녁에는 참선하는 빡빡한 일과를 보내고 있다.
그는 네 가지 모토를 가지고 있다. 첫째는 수행이다. "모든 신도는 수행해야 합니다. 그것이 믿음의 기본이죠." 또 하나는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부처님의 메시지를 배워야 한다는 것. '불교대학'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 번째는 봉사하는 삶입니다." 이타적인 삶을 추구하는 불교의 회향이 바로 사회로의 환원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마지막 하나는 민족과 함께 해온 문화의 정체성을 알리는 도량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영남불교대학에는 유독 사물놀이 등 문화단체가 많다.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새로운 가치를 일깨우는 것이 문화입니다."
영남불교대학의 수행 정신은 '나눔'이다. 처음 도심포교에 나섰을 때 법당에서 쇠고기국을 끓여 무의탁노인에게 무료급식을 했다. 육식을 금하는 불교로서는 획기적인 일이었다. "불교는 나눔의 도량이 돼야 합니다. 부처님의 삶도 그랬죠."
현재 영남불교대학은 칠곡·경산·구미 등 8개의 도량을 가지고 있다. 회주의 목표는 1천 개의 도량을 갖는 것이다. "2000년 현재의 대웅전을 지은 이후 성과를 보면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2015년까지 200개, 2020년까지 500개,, 2030년까지 1천개를 열 계획이다. 그 중 300여개는 해외분원이다.
그래서 최근 영남불교대학의 명칭을 바꾸었다. '한국(영남)불교대학'이다. 그동안 제일 힘들었던 일이 뭐냐는 질문에 "주변의 시기와 질투"라고 했다. "최근에 유치원을 개원했는데, 그것도 애를 먹었습니다." 처음 도심 포교에 나설 때도 수행의 본분에 어긋난다는 주변의 시선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수행자는 열심히 수행할 뿐, 너무 많이 들으니까 병이 되더라"며 "이제는 초연할 때"라고 했다.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이 교육이다.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켜야 달이 보이는 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학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초중고 뿐 아니라 대학원 중심대학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남불교대학은 올해로 4기 원년을 맞고 있다. 앞으로도 수행과 포교를 둘로 보지 않고 정진하겠다고 했다. "아놀드 토인비가 '시련에 선 운명'에서 불교 정신이 세계에 전해지면 평화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인류와 세계 모든 생명체의 평화를 위해서도 불교가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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