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립대 법인화 정책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 재정지원과 감독, 교육방향 설정에서 벗어나 국립대에 자율과 책임을 부여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경쟁력 제고의 다른 한 축에서는 '대학 통합' 지원책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국립대 구성원 상당수는 여전히 법인화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경쟁력 강화란 명분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다.
대학 통합에 대해서도 수년 전만 해도 '반대 의견'이 많았으나 법인화 추진, 학생수 급감 전망, 교수확보율 조정 등 날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국립대학이 법인화, 대학 통합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대학별 속내는?
▷국립대 법인화
일단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다. 대학별 교수협의회와 상당수 학생들은 정부의 법인화 추진 의도가 공교육의 부담을 대학과 국민들에게 떠넘기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교직원들은 국가 공무원 신분을 박탈당하고, 국립대 사립화로 교육비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건 안동대 총장은 "지역 거점대학(경북대를 이름)의 경우 법인화로 입을 타격이 적지만, 지방의 국·공립대는 등록금 인상과 신입생 감소 등으로 심각한 운영난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건택 상주대 교수협의회장 권한대행도 "법인화에 따른 정부예산 지원 축소 등으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법인화 이전에 지방 국립대의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대에서도 반대 여론이 만만찮다. 류진춘 경북대 교수회 의장은 "경쟁력과 자율성 강화란 정부의 명분에도 불구하고, 법인화는 사실상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교육부가 이사회 구성에 관여해 대학의 지배구조를 교육부 주도로 몰고가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물론 정부는 법인화가 대학의 재정 및 운영 자율성을 높이고, 교수들 경쟁 등을 통해 관료적 관행을 깨고 대학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대학 통합
법인화와 관련한 첨예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대학 통합에 대해서는 각 대학이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 '대학통합기획단'을 꾸린 경북대는 금오공대에 대해 대학본부를 구미로 옮길 수도 있다는 파격 제안까지 내놓는 등 통합에 가장 적극적이다. 경북대는 한의학전문대학원 유치 실패의 한 원인도 지난해 밀양대와 통합한 부산대처럼 대학 통합을 이루지 못한 점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구교대도 6일 경북대와의 통합 등을 논의할 태스크포스팀 구성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학내 여론수렴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선 통합으로 특수목적대학이라는 '지위'를 잃어버림으로써 교원 임용이 개방형으로 가고 사립대도 교육대학 설립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는 기류가 만만찮다. 반면 통합을 통한 시설·인력 투자비 감소 등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도 있다. 대구교대 한 관계자는 "통합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2~3년 전보다 크게 높아졌다. 대구교대가 경북대와 통합해 교육대학을 설립하고, 다시 경북대 사범대와 통합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동대도 최근 대학본부 차원에서 금오공대 및 상주대와의 통합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총장이 선출되는 이달 20일쯤 금오공대와의 구체적인 통합방안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현재 '통합추진연구회' 소속 교수들이 금오공대 측과 여러 방안을 절충하며 물밑작업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주대도 지난해 경북대와의 통합추진 불발에도 불구하고 차기 총장선거에 나선 대다수 후보들이 통합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는 등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교수협의회가 교수 120여 명을 상대로 벌인 설문조사에서도 80% 이상이 대학간 통합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
금오공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경북대와 안동대가 적극적으로 통합의 손짓을 보내오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한 뒤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겠다는 방침. 임은기 교수협의회장은 "공식적으로 교수들 의견을 수렴해본 적은 없지만, 금오공대는 특성화 대학으로 얼마든지 독자 생존이 가능해 통합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본부는 지난해 '구조조정연구위원회'를 꾸려 독자생존을 할 것인지, 아니면 경북대·안동대·상주대 가운데 어느 대학과 통합하는 게 유리할 지를 두고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립대 법인화와 통합 방식은?
국립대 법인화는 말 그대로 국립대에 법인 이사회를 구성해 이를 중심으로 대학을 운영한다는 것.
법인화할 경우 국립대 교직원들은 국가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당하고, 교직원 연금도 공무원연금에서 사학연금으로 전환된다. 대신 정부의 재정지원금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교수 경쟁체제가 도입된다.
국립대교수협의회 등이 법인화에 반대하는 핵심은 교육부가 나서서 이사회를 꾸리면 대학 지배구조가 정부 주도로 됨으로써 대학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교직원들은 공무원 신분 박탈과 연금제도 변경 등에 따른 불이익을 걱정하고 있고, 일부 시민단체 등은 공교육비 부담을 민간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정부나 법인화에 찬성하는 일부 교수들은 법인화를 통해 대학의 자율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교육부는 국립대 법인화를 위해 최근 ▷학내·외 인사의 추천을 통한 이사회 구성 ▷교직원 연금을 사학연금으로 전환한 뒤 정부가 손실분 보전 ▷법인화한 국립대에 국유재산의 무상 증여 및 재정 지원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국립대학법의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마련했다. 이달 중 입법예고할 예정.
교육부는 현재 추진 중인 울산국립대를 2009년 3월 첫 특수법인대학으로 설립하는 것을 비롯해 향후 3년 안에 서울대, 인천대 등 5개 대학을 법인화하고, 30~40년 안에 전국 25개 국립대를 법인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또 장기적으로 국립대 법인화와 함께 1개 광역시·도에 1개 국립대만 두는 대학 통합이 이뤄져야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통합하는 대학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침을 보여주고 있다. 통합 방식은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기되 통합할 경우 정부 지원금을 대폭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전북대와 군산대, 익산대의 통합이 이뤄지면 400억 원가량의 정부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미·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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