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지만 기대만큼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정부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사업에 뛰어들면서 유사 프로그램이 난립하고 있는데다 각 부처간 연계가 안돼 중복 투자가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방과 후 교실=지난 2005년 민간에서 운영하던 '공부방'이 제도화된 지역아동센터는 해마다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2005년 32곳이던 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 8곳이 없어진 대신 11곳이나 새로 문을 열었다. 특히 올 들어 불과 두 달 동안 7곳이나 늘었고, 자치단체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는 곳도 2005년 5곳에서 지난해 16곳, 올해 28곳으로 무려 6배 가까이 크게 늘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지역아동센터의 전환 문턱을 크게 낮춘 때문. 복지부는 지난해 사회복지사 3급 자격증을 갖춘 종사자와 20인 미만 시설의 경우 면적이 60㎡ 이상, 20인 이상의 경우 82.5㎡만 되면 전환이 가능토록 기준을 완화했다. 모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기존 학원이나 어린이집을 하던 사람들도 정부 지원이 늘 것으로 기대하면서 전환하는 경우도 상당수"라고 귀띔했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운영하는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에 대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6개 청소년 수련관에서 운영됐던 이 사업은 올해 한 곳이 더 늘어났고, 예산도 6억 3천만 원에서 10억 원으로 늘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지원사업'도 확충되는 추세다.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무료로 학습 지도와 체험학습, 식사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대구의 경우 지난해 25개 유치원과 초·중교에 설치, 운영됐고 32억여 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교육부는 올해 전국적으로 30개 학교에 방과 후 교실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고 대구에서도 10~16개 학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넘어야 할 산들=지역아동센터의 난립에 따른 부실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원대상에 선정되면 매달 200만 원의 운영비가 지원되지만 일부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제대로 된 장부 관리나 상해보험에 가입 않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가 1인당 3만 원까지 실 경비를 지원하는 점도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혜택이라는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시설이 정부가 돈을 대는 '사설 어린이집'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부실화 우려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실태조사 및 감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가 추진 중인 아동복지교사 파견 지원 사업과 센터 간 차등 지원을 둘러싼 종사자들의 반발도 풀어야할 숙제다. 시는 올 하반기부터 2억 9천400만 원을 들여 각 지역아동센터에 42명의 복지교사를 파견키로 했다. 그러나 지역아동센터 운영자들은 "기존 사회복지사와 파견교사 간 임금 차이가 10~40%까지 나는 탓에 기존 교사들과 위화감이 생기는데다 파견 교사들을 통제하기 힘들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신혁수 전국 지역아동센터협의회 대구지부장은 "지역아동센터 간 차등지원 때문에 실태조사를 하지만 선정 기준이 애매해 오랜 기간동안 복지 업무에 종사한 센터보다는 넓은 곳에 좋은 시설을 갖춘 신규 센터가 지원대상이 되기 쉬운 게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부처 별로 중구난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청소년위원회, 교육인적자원부가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 거의 판박이인데다 사업 확대가 계속될 경우 아동 유치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것.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각 학교마다 오후 6시 30분 이후에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토록 유도하고 있지만 지역아동센터에서 대상 학생들을 모두 흡수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각 학교와 복지관, 지역아동센터가 상호 보완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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