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총리 내정자에게 주어진 과업

어제 韓悳洙(한덕수) 전 경제부총리가 새 총리로 지명돼 국회 인준절차를 앞두고 있다. 한 총리 내정자는 정치색이 없는, 예측 범위 안에서의 인사라는 점에서 국회 認准(인준)에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곧 국정을 총괄하게 될 그에게 몇 가지 苦言(고언)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참여정부의 전매특허처럼 돼 있는 코드의식의 청산에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 노무현 정부의 지지기반이 무너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끼리 사고에 젖어 국민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잃었기 때문이다. 국정과 인사 운용에서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철학과 식견, 지혜가 결집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지난 4년간의 혼란과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인식의 새 지평 마련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국가적 담론을 과거사나 시대착오적인 보수 진보 논쟁에서 벗어나 미래 국가경쟁력으로 전환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 4년간 우리는 무익한 空論(공론)에 휘말려 수많은 생채기만 안은 채 정작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국민적 화두를 편협한 민족주의에서 국제사회에의 대응으로 물꼬를 틀어주는 국정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자기혼란에 빠지거나 정책과잉에 허덕이는 국정난맥을 극복하고 경제와 민생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려는 자세도 있어야 한다. 실업난, 주택난, 경제난 등이 이미 한계상황에 이르러 더 이상 오락가락할 여유가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대선의 엄정한 관리를 통해 차기 정부가 순조롭게 국정운영을 승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기 바란다. 중립내각으로서 각 정당의 협조를 이끌어내며, 대선으로 인한 정권 말기 국정혼란이 없도록 중재자와 조정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어야 할 것이다.

새 총리 내정자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적지 않다. 그의 經綸(경륜)이나 성실성, 경제정책에 대한 추진능력 등은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그의 리더십 부분이다. 총리의 자리는 비전과 정책능력뿐 아니라 카리스마를 요구한다. 새 총리 내정자는 이런 국민들의 우려를 씻을 수 있도록 소명의식을 확고히 가다듬어 대통령의 결함을 보완하는 숨은 국민 구심점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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