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과 함께 신학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있는 학교는 열 명의 졸업생을 내보내고 열다섯 명을 받아들여, 전교생이 마흔일곱 명으로 늘어났다.
그런데 오십 명을 넘기지 못 해서 교감 선생님의 자리가 없어졌다. 농어촌 소규모 학교가 이렇게 조금씩 힘을 잃어간다는 생각에 가슴이 저려왔다. 그렇지만 교감 선생님의 빈자리를 메워나가면서,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고품격·고품질의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제공해 나가는 일에 소홀할 수 없다.
나는 선생님들께 우선 아이들의 이름을 빨리 익혀서 만날 때 마다 꼭 이름을 불러주시라고, 그래서 전교생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선생님으로부터 호명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드린다. 그리고 아이들의 내면을 향해 한 발 더 깊이 들어가 달라고 독려한다.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나는 그 두려움의 강도(强度)가 교사의 자질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교사는 교재 연구와 가르치는 기술에 앞서, 학생들에게 감화를 줄 수 있는 그 무엇으로 무장해야 한다.
나는 여러 덕목 가운데서 우선 지혜를 떠올린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을 지혜로운 사람으로 기르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당당히 설 수 있을 것 같다.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지식의 전수보다, 세상을 보는 지혜를 기르는 데 있다.
법구경의 비유를 여기 옮긴다. '어리석은 이는 한평생을 두고 어진 이를 가까이 섬길지라도 참다운 진리를 깨닫지 못 한다. 마치 숟가락이 국 맛을 모르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잠깐이라도 어진 이를 섬기면 곧 진리를 깨닫는다. 마치 혀가 국 맛을 알듯이'.
이 문맥에서 '어진 이'를 교사의 상징으로 읽을 때, 교사의 가장 큰 덕목은 어리석은 제자는 일깨우고 지혜로운 제자는 더욱 지혜롭게 하는 데 있다.
교육 품질의 핵심은 교육과정이다. 교육과정은 국가 수준, 시도 수준, 학교 수준에서 제시한 지식의 가이드라인이자 식단이다. 교육이 꽃피고 열매 맺는 곳은 교사와 학생이 마주 서는 교실이라고 볼 때, 교사는 이 모든 교육과정을 지혜로 버무려서 교실에 들어서야 한다.
나는 이것을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이라고 말한다. 교육의 진정한 품질은 바로 이 지점에서 결정된다는 점에서 교사의 어려움과 고뇌가 있다.
김선굉(시인·의성 단밀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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