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e세상] '디지털 중독'

대구 학생 4명중 1명 인터넷 중독…청소년보다 성인이 돌연사 더 위험

몸은 약물에 중독되지만 뇌는 정보 자극에 중독될 수 있다. 감각과 정보의 홍수인 인터넷만큼 뇌가 빠져들기 쉬운 '놀이터'도 없다. 인터넷이 생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인터넷 또는 게임·휴대전화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디지털 중독자'들이 늘고 있다.

◆ 디지털 중독, 호환마마보다 무섭다

고교생 A군은 인터넷·게임 중독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부모는 아들이 어릴 적부터 컴퓨터에 빠져드는 것을 적절하게 제어하지 못했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 A군은 컴퓨터 앞에서 살며 폭력적인 성향의 게임을 즐긴다. 폭력성도 생겨났다. 인터넷이나 게임을 그만하라고 만류하는 부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자영업을 하는 B(60)씨. 고가품을 판매하는 그의 사무실을 찾는 손님은 하루에 몇 안 된다. 인터넷으로 무료함을 달래다가 B씨는 인터넷에 중독되고 말았다. 그는 컴퓨터 앞에서 떠나지 못한다. "인터넷을 하고 '야동'(음란 동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이 금세 가버려요. '이 나이에 내가 무슨 꼴인가?'라는 자괴감에 인터넷을 끊겠다고 작심해 보지만 나도 모르게 컴퓨터 전원을 켭니다."

중학생 C양은 휴대전화를 손에서 떼지 못한다. 최근에 사귄 남자친구 등과 문자메세지를 자주 주고 받는 C양은 수업 중에도 휴대전화 전원을 끄지 못하고 화장실에 갈 때도 휴대전화를 놓지 못한다. 주머니 속에 넣어둔 휴대폰이 진동하는 것 같아 꺼내 보지만, 착각일 때가 많다. 늘 휴대전화에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불안하다.

◆ 10명 중 한 명은 인터넷 중독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지난해 11월 전국 3천5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06년 인터넷중독실태' 자료에 따르면 고위험 자용자군이 1.7%, 잠재적 위험 사용자군이 7.5%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9.2%가 인터넷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의 경우 학년이 올라갈수록 중독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조사 대상자 가운데 학생 10.1%, 성인 4.2%가 휴대전화에 중독 상태라고 자가 진단했다.

통계 수치보다 실제 인터넷 및 휴대전화 중독 현상은 더 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심리 검사 때 응답자들이 자신의 증세를 비교적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것이다. 경북체신청 인터넷중독상담센터 김혜영 상담사는 "대구지역 학교 등에서 조사를 했더니 학생 4명 중 1명 정도는 인터넷 중독 증상을 보였다."면서 "또한 성인들의 인터넷 중독이 심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순묵 성균관대 심리학전공 교수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성인들이라면 자신의 행동이나 생활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통제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인터넷에 몰두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보호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실제로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인터넷 과다 사용으로 인한 돌연사는 청소년이 아니라 성인에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우리 아이는 설마 괜찮겠지?

인터넷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학생들이 많다. 인터넷 중독은 알콜 중독과 동일한 수준의 위험성을 지닌다. 고위험 사용자군인 경우 약물 및 장기 정신과 치료를 요하기도 한다.

인터넷 중독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매우 부족하다. 정체성과 분별력을 형성하지 못한 어린 자녀들을 컴퓨터에 제어없이 노출시키는 것은 인터넷 중독자로 이끄는 것과 마찬가지인데도, 자녀가 컴퓨터에 재주가 있다고 오히려 칭찬하는 부모들이 많다.

인터넷 및 게임 중독은 가족 갈등, 가족내 폭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폭력을 당한 부모들은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병영 생활 내에서의 인터넷 중독도 심각하다. "군대에 보내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지만 요즘 내무반에서는 인터넷 사용 환경이 자유로운 편. 인터넷 중독자들은 제대 후 중독을 극복하지 못하고 휴학하거나 학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 인터넷 중독 예방과 대처는?

인터넷 및 게임 중독은 학업·직업·약물·가족·대인관계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상담을 통해 치료해야 하는 질환이다.

어린 자녀들이 있다면 인터넷 및 게임 노출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한 번에 1시간~1시간30분 정도씩 일주일에 2, 3회로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제한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하고 있다. 독서·체험·현장학습을 유도해 사고력과 가치관을 키울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자녀들에게 부여해야 한다.

인터넷 중독 의심 증세가 보일 경우 지체없이 전문가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국 각지에 체신청이 운영하는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가 있는데 이곳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대구에는 경북체신청 황금동 우체국 3층에 인터넷중독예방상담센터가 있다. 무료로 상담해주며 사이버 상담(http://www.gbpost.go.kr)도 한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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