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민참여 예산제도' 호응 좋지만 효과는 글쎄…

대구 달서구 용산동 용산지하차도 서편에는 이달 중 육교 공사가 시작된다. 8천만 원의 사업비가 들어갈 이번 육교 건립은 용산동 주민들의 작품. 지난해 10월 달서구청이 올해 사업에 대해 주민 의견을 물었을 때 육교를 만들어달라고 의견을 낸 것. 이에 구청은 이를 해당부서에 통보하고 공사에 착수하게 됐다.

달서구 상인동 상인종합사회복지관은 올 들어 업무 시간 이후에도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방과 후 공부방을 마련해 달라는 주민 의견에 따른 것. 구청은 복지관 내 공부방의 책을 확충하고 운영 시간도 연장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편성 시 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도는 주민이 예산 운영을 직접 감시하고 의견도 제시해 재정의 투명성과 만족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로 지난 2005년 8월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근거가 마련됐다. 설문조사나 신고센터 등 인터넷을 통해 주민들의 언로가 트인 데다 각 지자체들도 적극적으로 주민 의견을 반영하고 있어 점차 확산 추세다.

달서구청의 경우 지난해 10월 한 달 동안 31건의 주민 의견이 접수됐으며 이 중 19건이 실제 사업에 반영됐다. 동구와 서구의 경우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각각 72건과 66건의 의견이 접수됐는데 대부분 '연말 상습적인 인도블록 교체 공사' 등 구태의연한 예산 낭비 사례를 줄여달라는 요구였다. 북구의 경우 대현동 한 공부방이 지원금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고발이 접수돼 실태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주민 참여가 늘면서 대구시내 각 구·군은 내년도 예산 편성 시기 전인 5~8월까지 관련 조례를 제정할 계획이다. 조례가 제정되면 위원회나 협의회를 구성하고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검토, 반영하게 된다. 박우태 달서구 경영투자팀장은 주민참여 예산제의 도입으로 "업무량이 크게 늘었지만 구청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현안이나 지적도 나오는데다 구정 전반에 대한 주민 이해를 돕는데도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실효성을 둘러싼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자립도가 낮고 재원이 부족한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실효성이 의문시 되고 주민 간 갈등이나 제도를 악용하는 이해집단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

게다가 건설방재, 산업경제, 환경관광 등 각 분야별로 참여위원회를 구성했을 경우 위원만 40~50명에 이르는데다 주민 신고까지 폭주할 경우 의견을 모두 검토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예산 편성을 두고 우선권 갈등을 빚을 경우 이를 중재하고 이견을 좁히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도로 개설 등 투자에 비해 체감 수혜 정도가 낮은 사업은 소외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또 서구청 관계자는 "수성구나 달서구를 제외한 다른 구청들은 최소한의 투자 여력도 없기 때문에 주민들이 예산 확대를 요구해도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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