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코노 피플)이상준 브릿지증권 회장

"대구·경북 기업은 이미 지난 1992년 수교때부터 베트남에 진출해 베트남과 친하고 연고가 많습니다. 업력도 있고요. 이제는 우리가 돕겠습니다. 금융자본이 산업자본과 쌍두마차가 돼서 돕겠다는 취지지요."

베트남 투자에 사활을 걸고 있는 브릿지증권의 이상준(49) 회장은 대구·경북 기업인들의 베트남 연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회장은 당시 베트남에 진출한 대구·경북을 비롯한 국내 기업인들을 '개척자'라고 불렀다. 그는 "대구·경북 기업인은 물론 당시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인들은 국가에서 지원을 전혀 못받았다."면서 "용감하게 나가서 개척정신을 발휘해 그냥 돌파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베트남 국가정책과 우리 기업인들의 접점을 맞추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며 "대구·경북 기업인들과 결합을 해서 베트남과의 합작을 주선하고 자금을 공급해주는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본격적인 베트남 사업을 위해 사전준비에 남달랐다. 베트남 유학생들을 국내로 불러들여 MBA를 이수하도록 장학금을 지급했고 국내에서 체불·체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베트남 인(人)들을 위해 총 3억원의 성금을 모아 무사귀국을 도우며 베트남 정부의 신뢰를 얻었다. 그는 "베트남의 국가정책과 우리산업의 접점을 맞추기 위해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동안 예비작업을 해왔다."며 "무조건 돈을 들고 간다고 되는게 아니고 우선 신뢰를 쌓아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올해 베트남 사업에 '올인'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5년동안 국내에서 내실을 다져왔고 예비작업도 만만찮게 해놓았기 때문. 작년에 베트남에 별도 법인을 만들었고 총 190억원으로 '베트남 1호펀드'를 만들었다. 올 3월말까지는 총 500억원의 2호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그는 "다른 금융기관들은 베트남 펀드라고 이름만 지었지 베트남 투자는 실제로 10~30%밖에 안되는 무늬만 베트남 펀드"라며 "우리 상품은 전문적인 베트남 펀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0년에 브릿지증권 지주회사인 골든 브릿지를 설립한 후 매년 1개씩의 금융회사를 인수·합병하며 파죽지세(破竹之勢)를 거듭하고 있는 업계의 '무서운 사나이'다. 그렇지만 그의 이력을 보면 도무지 이같은 성공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서울대 공대를 나왔지만 학생운동과 위장취업, 해고를 거쳐 전태일기념사업회 기획실장을 지낸 '골수 운동권'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운동권 후배인 한나라당 김영선 의원 밑에서 보좌관을 지내면서 금융기법을 동원한 사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 회장이 베트남 최초 왕조인 리(Ly)왕조의 후예인 '화산이씨'라는 점은 그동안 베트남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장점이 됐다고 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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