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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기법 고집 대장장이 '50년 혼불'…홍영두 씨

제법 찬바람이 불던 10일 오후 상주 도심을 벗어나 속칭 아리랑 고개 초입에 자리한 '상주 농기계'. 대장장이 홍영두(60) 씨는 호미며 전통가옥 문고리, 아들 출산을 기원하는 도끼, 노리개 등을 전통의 제작 과정 그대로 재현했다.

물론 화덕의 불길을 끌어올리기 위해 바람을 불어넣던 풀무질은 없었지만 화덕에서 쇠를 달궈 벌겋게 달아오른 쇠를 모루에 올려놓고 망치로 두드리고 부위에 따라 물에 살짝살짝 담그면서 담금질하는 과정을 상주시 공무원 및 문화재 관련 인사들에게 보여준 것.

홍 씨는 "쇠도 성질이 각기 다르다. 800℃ 가까운 불에 달구고 담금질하면서도 쇠의 성질을 잘 파악해야 좋은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며 "전통 제작방법이 거의 사라지고 있어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보존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재현 의미를 설명했다.

홍 씨가 대장장이로 나선 것은 12살 되던 해. 대장장이 삼촌 밑에서 처음 5년간은 화덕에 풀무질을 하고 쇠를 달구는 작업만 했다. 그리고 7년 동안에는 매질에만 참여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해머(망치)를 손에서 놓을 여유조차 없을 정도였다. 이후 삼촌이 돌아가시면서 대장간을 물려받은 홍 씨는 혼자서 담금질 등 쇠 다루는 기술을 익히면서 본격 대장장이로 나서게 됐다.

홍 씨네 대장간은 일손을 구할 수 없어 문을 닫는 여느 대장간과는 다르다. 아버지의 기술을 익혀 가업을 잇기 위해 다니던 대학을 그만둔 큰아들 경표(30) 씨와 승표(28) 씨가 함께하고 있다. 35년 전 결혼한 부인 이필희(56) 씨는 최고 동반자. 여기다 몇 해 전부터 처제인 혜정(55) 씨도 거들고 있다.

50년 대장장이인 그는 "중국산으로 인해 농기구들도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하루 빨리 무형문화재 등의 보존대책이 마련돼 수천 년 이어 온 장인의 혼(魂)불이 사그라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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