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구의 한 아동상담전문기관을 방문했을 때,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상담교사에 따르면 '우리 아이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찾아오는 학부모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너무 산만해서 담임 선생님이 자주 면담을 요청한다', '학업 성적이 자꾸 떨어져 걱정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꾸짖거나 때려도 그때 뿐이다'는 식으로 고충의 내용도 가지가지. 부모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클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속상해 하더라는 것이다.
요즘 들어 교육 현장에서는 학교 부적응, 자폐증,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는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그나마 우리 교육이 이런 아이들을 단지 '지독하게 말 안 듣는 아이'로 치부하지 않고, 도움과 관심의 대상으로 보듬게 된 것은 반길 일이다. 오히려 이런 별난 아이들이 가진 뛰어난 집중력과 독창성, 창의력에 관심을 갖는 정도에까지 이르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아이들을 만난 사람들은 이렇게 중얼거린다. '도대체 얘 머리 속에는 뭐가 든거야!'라고.
새 책 '벤은 나와 조금 달라요!'(캐시 후프먼 글/스콜라 펴냄)는 '아스페르거 증후군'이라는 일종의 자폐증세를 보이는 소년 벤에 대한 얘기다. 자폐증을 앓는 아이의 심리상태와 불안감,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과 이해에 이르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벤의 이상행동을 묘사한 대목에서는 저절로 공감이 갈 정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다 걸린 벤에게 여선생님은 '네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느냐'며 '나가라'고 소리친다. 하지만 벤은 왜 선생님이 저렇게 화를 내는지 알지 못한 채 버릇처럼 두 손을 심하게 떤다. 마치 고장난 프로펠러처럼. 화가 폭발한 선생님이 벤이 아끼는 자를 두동강내버리자, 벤은 책상을 발로 걷어차버리고 부러진 자를 짓밟아 버린다.
이런 벤에게는 단짝 친구 앤디와 가난하지만 다정한 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신다. 이야기는 벤과 앤디가 우연히 버려진 푸른 유리병을 발견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유리병에서는 둘에게만 보이는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그 때마다 소원이 하나 둘씩 이뤄진다. 벤의 아빠는 복권에 당첨되고 농구부를 선망하던 앤디는 갑자기 키가 쑥쑥 자란다. 마치 신밧드의 모험에 나오는 요정 지니처럼. 하지만 벤이 처음으로 빈 소원은 이런게 아니었다. 호되게 자신을 야단친 선생님이 행복해지는 것. 소원은 아빠와 선생님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마침내 결혼을 하는 해피엔딩으로 실현된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벤'이 있다. 책 속의 벤처럼 엄청난 행운을 맞는 것은 어찌보면 중요한 일이 아니다. 이런 자신을 이해해주고 아껴주는 친구, 부모, 선생님을 만날수 있다는 것이 벤에게는 가장 큰 행운이 아닐까.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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