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 아이 생각을 키우자)⑮좌절의 원인을 찾아라

과학에 관심이 많은 병주에게 다음의 문제를 해결해 보도록 해 보았다.

①남쪽으로 4㎞ 가고 동쪽으로 3㎞ 가면 모두 몇 ㎞ 갔습니까?

병주는 조금 생각한 다음 "4+3=7. 7㎞ 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다음 아래의 문제를 냈다.

②북쪽으로 4㎞, 서쪽으로 3㎞, 위로 3㎞ 갔습니다. 가장 빠른 길로 같은 위치로 가려면 몇㎞ 가면 될까요?

①과 같은 계산이기 때문에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병주는 막혀버리고 말았다. 이런 경우 "같은 좌표가 아닌가? 아직 좌표도 모른단 말이냐."라고 꾸중하기도 하고 "어떻게 해서 이런 간단한 것을 모르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여길 문제가 아니다. 병주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좌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①의 문제는 2차원적이며 ②의 문제는 3차원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오히려 당연할지도 모른다. ①은 병주가 이동한 거리대로 좌표에 나타내면 되는 것으로 수량의 증감을 더하기나 빼기로 나타내면 된다. 그런데 ②의 문제는 좌표에서 세로와 가로로 긋고 위를 이으면 되는 간단한 문제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두 선을 이어서 긋는 것이 어른의 생각만큼 쉽게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더 발전시켜 시청을 기준점으로 잡아 우리 집의 위치를 좌표로 나타내어 보라? 라고 문제를 제시한다면 어른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 집에서 방향을 한 번도 잡아본 일이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측정해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아나." 이런 문제를 어른들만의 생각으로 꾸짖는 것은 학생들에게 커다란 좌절이 될 수 있다. 이럴 때는 "이 문제는 어떤 것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지, 시청에서 동쪽은 어느 쪽일까?" 라고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생각하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

"해가 뜨는 쪽이 동쪽이다. 해가 뜨는 쪽으로 왼쪽 팔을 벌리고 남쪽을 바라보면 북쪽은 어디지?", "지도를 내놓고 비교하여 보자." 하나씩 확인시키며 사고를 정리해 가는 것이다. 병주의 좌절은 경험이 적어서 나타나는 흔한 일이다. 자꾸 꾸지람을 하다 보면 학생 스스로도 자신을 '공부를 잘 할 수 없는 학생'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조금만 어려운 문제를 만나도 "역시 나로서는 할 수 없는 문제야."라고 스스로의 힘으로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고 결국에는 '할 수 없는 학생'으로 되어 버리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 하나의 방법을 확실히 터득하게 할 수 있다면, 그렇게 사고의 폭을 넓히고 유연하게 할 수 있다면 좌절은 금세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강인구(상주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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