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이들과 함께)삼사해상공원 영덕어촌전시관을 찾아서

봄(春)에 대한 여러 어원 가운데 '본다(見)'에서 유래됐다는 풀이가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 새롭게 깨어난 세상의 활기찬 움직임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가슴으로 느껴본다는 정말 경이로운 일이다. 그런 연유로 사람들은 봄이 되면 나들이를 간다. 나들이란 단어와 제일 멋지게 어울리는 계절도 바로 봄이다. 자녀, 부모, 연인 등 테마별로 봄나들이 명소를 알아봤다.

실제 크기의 4분의 1로 줄여 만든 당두리 배. 그 배위에서 그물을 끌어올리는 어부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임금님에게 진상까지 하는 귀한 대게들이 줄줄이 올라와 어부들은 마냥 기쁘다. "아! 옛날에는 대게를 이렇게 잡았구나." 대게잡이에 대한 궁금증이 자연스레 풀린다. 대게를 잡으려 굵은 땀방울을 쏟는 어부들의 노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2005년 12월 영덕군 강구면 삼사리 삼사해상공원 안에 들어선 영덕어촌민속전시관. 천년의 역사를 가진 영덕 어촌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60억 원을 들여 만든 전시관은 그 외관부터 눈길을 끈다. 어선이 바다로 출항할 때 모습과 갈매기가 고기 떼를 찾아 바다 위에 앉은 모습을 형상화했다. 아름다운 바다에서 질박한 삶을 살아가는 영덕 어부들과 전시관 모습이 서로 잘 통하는 것 같다.

강구항을 굽어보는 언덕에 자리잡은 전시관은 3층, 2층, 1층 순으로 둘러보게 돼 있다. 3층 전시관 출입문을 거쳐 찾은 2층 전시관에서는 옛날 어부들이 당두리 배를 타고 대게를 잡는 모습을 재현한 것이 가장 흥미롭다. 그 옆에는 풍어를 기원하는 별신굿이 한창이다.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라면 '내가 만드는 어선' 코너도 꼭 들를 만하다. 배의 각 부위를 하나하나 조립하다보면 어느새 배가 완성된다. 떼배, 덕판배, 가거도한선 등 옛날 배들의 모습도 재미가 있다.

1층에는 요즘 영덕 어촌의 다양한 모습과 문화를 볼 수 있다. 잡아온 대게를 위판하는 어시장 뒷풍경에서는 삶에 대한 영덕 사람들의 열정이 느껴진다. 문어통발, 잠수복, 족대, 죽통발 등 어구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체험을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배려해 1층 전시관에도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모터 보트를 몰고 강구항을 출발, 바다를 질주하다 항구로 돌아오는 항구 체험은 실제 배를 모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바다 밑을 기어다니는 대게를 직접 잡는 가상체험 공간도 있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대게와 홍게, 수입 대게와의 구별법을 알려주는 코너도 갖추고 있다. 기획전시실에는 영덕 100년사를 알 수 있는 사진들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1층에서 꼭 들러야하는 곳은 3D입체영상관. 대게왕자가 오염된 바다를 떠나 상어와 문어의 공격을 따돌리고 맑고 아름다운 바다(영덕)를 찾는다는 얘기가 7분 동안 입체영상으로 펼쳐진다. 현실처럼 생생한 대게왕자와 상어, 문어간의 추격전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어촌민속전시관의 마지막 백미는 3층 전망대. 수정처럼 맑은 영덕의 앞바다, 고즈넉한 모습의 강구항, 산너머로 보이는 풍력발전소…. 그 시원스런 경치에 가슴이 뻥 뚫린다. 1억6천만 원을 들여 주물로 만든 영덕대게 암컷도 볼만하다.

어촌민속전시관사업소 유국진 소장은 "평일엔 400~500명, 주말에는 1천여 명이 찾고 있다."고 했다. 전시관을 구경하는 데엔 1시간 30분 정도를 잡아야 한다. 영덕군에서 운영, 관람료가 저렴한 편으로 일반인 1천500원, 학생 800원. 문의=054)730-6790~5.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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