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천덕꾸러기가 된 늙은 남편을 일컫는 '젖은 낙엽'은 '황혼 이혼'과 함께 최근 몇 년 사이 급부상한 신조어다. 전통적 가부장 사회에서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살던 여성들의 권리 찾기에서 파생된 이런 말들은 '은퇴 남편 증후군'이라는 '병'까지 낳았다.
14일 오후 10시50분 방송되는 EBS TV 시사다큐멘터리 '젖은 낙엽-은퇴 남편 증후군'은 영국 BBC가 제작해 올 1월 방송한 것으로,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경험하고 '단카이(團塊) 세대'의 대거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전한다.
1940년대 후반 일본 베이비붐 세대는 격렬한 학생운동과 급속한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일본 사회의 중추로 자리잡은 '단카이 세대'라 불린다. 가부장적 관습 속에서 살아온 이들은 정년퇴직을 앞두고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다. 직장을 위해 가정을 등한시했던 가부장적 남편들과 살며 평생을 참아왔던 일본 아내 중 남편의 정년퇴직을 전후해 '은퇴 남편 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은 것. 게다가 이젠 부인도 결혼기간 중 남편이 납입한 연금의 50%까지를 지급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황혼 이혼이 늘어날 전망이다.
오사카에 사는 데라카와 씨는 "남편이 집에 있다는 생각만 하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아나고 심한 위통이 찾아왔다. 어떤 때는 먹은 걸 모두 다 토해내기도 했다. 남편하고 같은 방에 있기만 해도 몸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녀는 수천 개의 봉제인형을 수집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EBS는 "단카이 세대의 대거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일본의 사례를 통해 우리 가정과 사회의 문제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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