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공무원

조선조 붕당의 시초로 알려진 김효원은 명종 20년 알성문과의 '6부의 관리를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가'라는 책문에 대한 대책으로 '오로지 백성들이 바라는 대로 행해야 한다'고 답했다. 관직에 알맞은 사람을 뽑는 일부터 법을 만들고 세금을 거두며 병졸을 훈련시키는 일까지 모두 백성들이 바라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 개혁이라고 주장했다.

죄지은 사람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기고 형벌의 실행을 고민하는 일도 결국은 백성이 바라는 바를 실천하는 일에 다르지 않다는 그의 주장은 개혁은 멀지 않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개혁은 일상과 동떨어진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늘상 우리의 삶 언저리에 머물고 있으며 바로 일상에서 해법을 찾으라는 말이다.

표현은 같지 않더라도 공직자에 대한 경계와 질책은 역사와 함께 이어지고 있다. 공직에 대한 비난은 탐욕과 횡포에서 무능과 게으름까지 다양하다. 복지부동이니 신토불이니 하는 조롱도 먼저 공무원을 떠올리게 하고 부정부패나 비리의 과녁도 공직이 우선이다. 역사에 기록된 민란의 까닭도 관리의 탐욕에서 비롯되고 옹색하고 쪼그라든 살림살이의 원인도 공직을 맡은 관리의 무능이 먼저 꼽히고 있다. 제 한몸 편하자고 맡은 일은 아예 팽개친 결과가 국력을 낭비하고 나라 살림을 엉망으로 만든다고 지적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공직자를 퇴출시킨다는 열풍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거나 일은 뭔지도 모른 채 흥청망청 즐기고 노는 데만 열중하는 공무원에게는 더 이상 신분보장이나 연공서열의 혜택이 없다는 경고다. 열풍은 자치단체에서 비롯되고 있지만 대학 교수들에게마저 더 이상 철밥통은 있을 수 없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더 이상 치외법권은 없다는 게 오늘의 규칙이 되고 있다.

그러나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시킨다는 소식에 울화가 터질 공무원도 적잖을 터다. 줄서기를 강요하고 제멋대로의 인사를 정당화하는 일이라는 불만도 나온다. 김수학 전 경북지사의 표현처럼 나라 걱정에 잠 못 이루는 공직자는 아직도 많고 복지부동이니 무능이니 따위의 조롱을 받을 이유가 털끝조차 없는 공직자가 수두룩함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공직을 향한 조롱과 비난은 공직의 처신과 행동이 중요하다는 데서 비롯된다. 공직을 겨냥한 사회의 화살은 공직을 아끼고 소중하게 바라본다는 시선과 다르지 않다.

서영관 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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