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대구시 동구 신천동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실. 오는 19일 취임 1년을 맞는 이인중(61·화성산업 대표이사 회장) 회장과 얼굴을 맞댔다.
언제 어디서 봐도, 항상 깎듯한 모습이다. 연간 1조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 오너(Owner)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대구상의 회장이라는 명함을 하나 더 팠는데도 그의 태도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이날도 방금 세면장에 다녀온듯, 상큼한 치약냄새를 풍기며 기자를 맞았다. 깎듯함에다 이날 더해진 느낌은 깔끔하다는 것.
무려 10명의 상공의원을 이달 무난히 증원할 것으로 보이는 등 대구상의의 대변화를 이끌고 있는 이 회장. 170cm, 68kg의 크지 않은 체구의 그지만 "경제인들이 앞장서 '대구의 희망'을 만들어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상의가 변했다!
"대구상의가 변했다."고 했더니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이 회장은 말을 받았다.
"상공회의소가 지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였지만 과거엔 상공의원이라는 상의 구성원들이 제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예전엔 상의회장 선거가 과열되면서 회장에 나서는 사람의 표를 만들어주기 위해 상공의원이 모여들었습니다. 선거를 의식한 집합이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변했습니다. 완전히 상의가 본래 역할에 맞게끔 정상화했습니다. 지역 대표 경제단체라는 위상에 걸맞는 변화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의 말대로 최근 상의는 놀라운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른바 '과열 회장 선거'가 사라진 이후, 최근 몇년간 상의는 상공의원하려는 사람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상공의원 보궐선거 공고를 내자 "상공의원을 하겠다."는 기업인들이 줄을 잇고 있다. 상의의 변화를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회장은 자신이 직접 기업을 찾아다니며 상의 참여를 권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법정소송사태로 갔던 하영태 전 달성상공회의소 회장까지 만나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제가 열심히했다기보다, 이제 상의의 멤버가 된다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풍토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상공의원이 되면 기업 위상도 올라간다는 공식을 기업인들이 확실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업인들의 참여가 늘어나 경제단체가 탄탄해지면 지역 경제도 튼튼해집니다. 경제단체가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지역 기업에 힘을 주자
그는 지역기업에 대한 얘기로 화제가 옮겨가면서 목에 힘이 들어갔다. 이 회장을 만날때마다 느끼는 점이다. 잘 흥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지역기업에 대한 부당한 제도 등과 관련해서는 굳은 얼굴을 숨기지 않으며 날을 세운다. 이날도 그랬다.
"지금 지방이 어떠한 상황입니까? 경기를 선도한다는 건설경기만 해도 사상 최대 규모의 미분양 아파트로 인해 건설업계가 고사직전입니다. 그런데도 수도권, 지방을 똑같이 보고 동일한 규제를 가합니다. 이것은 아니죠. 지방경제를 육성하는 정책을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규제를 하다니요. 중앙정부는 지방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를 즉각 철폐해야합니다."
다음엔 세금이었다.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지방에서 묵묵히 터를 잡고 한길을 걸어온 지역 기업들을 우대해야합니다. 중앙정부는 지방기업에 대한 조세 인센티브 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합니다. 현재 조세감면규제법 개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앙정부는 최근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에 대해 5년간 법인세를 면제해주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그렇다면 지방기업들은 뭐가 됩니까? 열심히 지방을 지켜온 기업들에게 힘을 줘야죠."
그는 지방에서 열심히 해온 기업들에게 현재보다 5%포인트 가량 법인세(현재 법인세율은 25%) 할인혜택을 줘야한다고 했다. 그렇게되면 저절로 지방분권이 이뤄진다는 것이 이 회장의 논리다.
이 회장은 겉치레 정책보다는 효과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공기관 이전도 좋지만 지방이 사는 길은 지방기업에 파격적 혜택을 부여, 기업을 통해 지방을 살찌워야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대구는 희망이 있는 도시
"대구의 경제구조가 최근 몇년새 엄청나게 바뀌었습니다. 섬유 일변도였던 지역 산업구조가 자동차부품을 비롯한 기계금속산업과 IT산업으로 분산·재편됐습니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제의 기초를 받치는 제조업에서 대구는 이미 변화를 이뤄냈습니다."
그는 올해 대구가 역사에 길이 남을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했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및 자기부상열차 유치, 그는 이 두가지 역점사업을 성공적으로 끌어온다면 대구가 획기적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 두가지 모두를 대구가 가져온다면 이제 대구는 브랜드 도시가 됩니다. 세계의 유명 도시들이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대구도 이제 브랜드 도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겁니다. 그 뿐입니까? 자기부상열차 유치가 된다면 지역기업에 공사 기회가 많아져 또 다른 부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이 회장은 대구가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는 경제인들부터 변해야한다고 했다. 일이 잘 안되면 남의 탓으로 돌리는 풍토를 경제인들부터 바꿔야한다는 것.
"경제인들이 달라져야합니다. 우리 지역 경제인들이 왕성한 기업가 정신을 갖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대구의 위기가 왔습니다. 이제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경제인들이 제대로된 기업가 정신을 찾아야합니다. 그리고 피나는 노력으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합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이인중= 1945년생으로 경북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ROTC5기 출신. 육군 중위로 예편했다. 한국은행에 들어갔다가(1969년) 1972년 퇴사, 화성산업(주)에 입사했다. 화성산업(주) 창업주인 이윤석 명예회장의 3남2녀 중 장남으로, 대구의 대표적 2세 경영인이다. 화성산업 입사 이후 전무이사를 거쳐 1983년 대표이사가 됐다.
화성산업은 외환위기로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어려움이 컸으나 성공적으로 극복, 최근엔 장하성펀드까지 들어오는 등 우량기업으로 재도약하고 있다. 1남2녀를 두고 있으며 아들인 이종원 상무이사(동아백화점 상품본부장)가 경영을 배우고 있다. 운동에 만능이고, 클래식 음악에 관한한 전문가 수준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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