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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의 펀펀 야구] 스프링캠프에선 무슨 일이?

1982년 닻을 올린 한국 프로야구는 그동안 멋진 승부를 연출하고 화려한 스타들을 배출하면서 인기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20년 넘는 역사 속에서 화제거리도 많지만 재미있는 뒷 이야기들도 무수하다. 매일신문은 주 1회 '최종문의 펀펀(fun fun)야구' 코너를 통해 이를 전달, 야구팬들의 흥미를 돋우고 야구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삼성 프런트(1983~1992년) 출신인 최종문 씨는 1994년부터 대구방송 프로야구 해설위원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프로야구 어느 팀이건 스프링캠프에 가면 꼭 우승할 것처럼 분위기를 띄운다.

"1차 지명으로 새로 들어온 얘 있잖아. 힘이 장난이 아니야. 전성기 때 장종훈 같다니까." "우리 용병은 프리 배팅 때 기본이 하루 (홈런) 스무개야. 거리도 끝내줘." "올해는 선발이 많아서 말이야. 로테이션을 어떻게 짜지?"

장밋빛 미래가 다가올 것 같지만 모두 믿을만한 말은 아니다. 이렇게 스프링캠프에서 약간의 허풍을 떠는 것은 긍정적인 캠프 분위기를 조성하고 될성 싶은 재목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프로야구 스프링캠프는 길고 긴 정규 시즌을 준비하는 전초기지다. 한국의 경우 팀마다 조금 다르지만 대개 1월 중순부터 날씨와 훈련시설을 고려한 캠프지에서 합동훈련을 갖는다.

캠프 일과는 아침 6시 반쯤 일어나 7시부터 가벼운 산보를 하면서 시작된다. 매일 오전에는 보통 1, 2루간 땅볼 타구 때 투수의 1루 커버 연습, 번트에 대비한 시프트 시스템 등 각종 상황을 설정해두고 반복해서 수비 연습을 한다(사실 스프링캠프 기간이 아니면 연중 이 같은 전술훈련을 할 기회란 플레이오프 전까지 거의 오지 않는다).

30분 정도 점심 식사시간을 갖고 오후에는 피칭·수비·타격훈련 등 제 몫으로 배정된 훈련량을 소화해야 한다. 개인에 따라 부족한 수비와 타격 특별지도도 기다리고 있다. 마무리 런닝과 스트레칭을 마치면 오후 5시. 저녁을 먹은 뒤에는 1시간 정도 야간 개인훈련을 하게 된다.

훈련량에 따라 3~4일 간격으로 하루 휴식이 주어진다. 이처럼 빡빡한 일정 탓에 쉬는 날을 제외하곤 야간에 외출을 하거나 딴 짓(?)은 엄두도 못 낸다. 흔히들 스프링캠프는 지루하다는 인식을 갖는데 이는 따스한 햇살 아래 같은 일상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를 통하여 감독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정예 멤버를 선발하는 일이다. 그래서 스프링캠프 초기에는 가능성이 있는 45~50명의 선수들로 출발하지만 부상을 당하거나 기량이 미숙한 선수들은 그때 그때 정리해 시범경기 직전에는 30여명만 남게 된다. 감독은 새로 입단한 신인급 선수와 트레이드된 선수의 능력을 점검하고 이들을 어떻게 활용해 전력을 극대화할 것인지 구상한다.

이 때 신인급 선수들이 베테랑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경기를 하면서 팀 시스템에 조화롭게 적응하도록 유도하고 장기간 합숙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나가게 하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세대 교체의 기반이 형성된다.

스프링캠프 종반에 이르면 최종 점검을 위한 훈련과 연습경기를 병행한다. 훈련량은 조금씩 줄여 나가면서 경기 중심으로 서서히 전환해 최종 관문인 시범경기로 연결되면 스프링캠프는 끝난다. 봄 기운이 몰려오면서 야구팬들의 가슴을 설레이게 할 정규 시즌이 시작되는 것이다.

최종문 대구방송 프로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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