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BC 유치 소동의 걱정스런 뒷모습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구 유치 소동이 그것이다. 앞으로 6년 후의 그 대회 유치를 위해 대구시청이 이번 달 중 KBO에 의향서를 제출키로 했다고 일부 대중매체들이 보도한 게 발단이었다. 대구시청 관계 공무원이 그렇게 발언했다며 매체들이 전한 내용은 전문 야구인들까지 놀라게 만들기 충분했다. 곧바로 네티즌들의 논쟁이 벌어지고 힐난성 글들이 넘쳐났다고 한다. 하지만 WBC 유치 계획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최종 정리됐다.

이번 소동은 이쯤에서 매듭지어질 모양이다. 시청이 공식 해명서를 내 보도 내용을 부정했으니 더 이상 왈가왈부할 계제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야구장 건립 실무 팀장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무관이 과연 그 엄청난 내용을 혼자 창출해 입 밖에 냈으리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최다 4천억 원이나 들여 새 야구장을 건립하도록 압박받고 있는 시청이 실제로 적잖게 검토했을 개연성이 엿보이는 것이다. 중앙정부 지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세계 대회를 끌어들이려는 복심이 그 바탕이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소동은 이것으로 마무리될 게 아니라 오히려 확대 점검돼야 할 사안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민의 총의를 모아 가는 과정이나 노력 없이 시청 지도부 내키는 대로 일을 벌이는 잘못된 타성이 문제의 단초일 가능성 때문이다. 이번 소동과 직접 연관된 새 야구장 건립부터가 전임 시장 때 그런 방식으로 공표된 계획이었다. 도시철도 3호선의 건설 방식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변경될 때도 시민들이 제대로 된 설명 한 번 들었던 기억이 없다. 이번 WBC 유치 소동을 해프닝 이상으로 지켜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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