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세계를 한국음악시장으로 만들자

제3세계의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세계여행을 다닐 때 음반가게 쇼핑이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늘 안타까운 마음이 뒤따른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인의 음악창작품이나 국악을 찾아볼 수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음악의 세계화'란 전통음악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서양음악을 자주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세계시장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을 우리의 새로운 걸작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내가 말하고 싶은 '한국음악'이라는 것은 국악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요, 한국인이 작곡한 곡이면 무조건 한국음악이라고 일컫자는 의미도 아니다.

또 한국 작곡가가 지은 서양식 신작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그리운 금강산'을 가사만 빼고 멜로디와 반주음악을 독일 사람에게 들려주면, 그것은 바로 서양음악의 아류가 될 따름이다. 이런 류의 곡으로는 세계시장에서 경쟁상품이 되지 못한다.

'한국음악'이란 것은 음악의 구조적 특성으로 보아서 한국음악이라는 이름에 값하면서 세계화·국제화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만들 수 없고, 오직 한국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독특한 한국 음악문화를 형성시킬 때 가능하리라 본다.

한사람의 작곡가가 새로운 양식에 도전한다는 사실에 논리적 모순이 없다면, 한 나라의 문화가 남의 문화의 아류가 아닌, 자기 나름의 특유한 문화를 가져야 한다는 것에도 논리적 모순이 없을 것이다. 한 작곡가의 예술적 삶도 중요하겠지만, 한 국가의 문화의 삶도 중요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서양인이 펴놓은 문화적 멍석 위에서 좋아라고 뛰면서 춤만 추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펴놓은 멍석 위에서 서양인까지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일개 집단의 구성원이 다른 집단의 문화적 하인의 입장에 선 채 그 다른 집단의 예술만 즐기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화적 하인'의 입장이란 자기 문화는 없고 남의 문화만 있는 입장일 뿐 아니라, 실상 남의 문화인데 마치 그 남의 문화를 자기의 문화인양 착각하고 있는 의식의 소유자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어떤 음악이 성행해야 하느냐'라는 문제와 '한국음악'의 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은 아무리 풍성해도 부족할 따름이다.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 음악시장에서 진정한 한류의 열풍을 기대해본다.

이인수(대구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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