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 리틀야구단, 공부하면서 재능 꽃피워 '눈길'

야구를 하려면 공부는 제쳐두고 하루 종일 운동장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뒹굴어야 하는 우리 현실에서 책을 보면서 운동하는 클럽 야구팀이 정착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가 운영하는 '삼성 라이온즈 리틀 야구단(이하 리틀 야구단)'이 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역 시절 안타 제조기로 불렸던 장효조 삼성 스카우터가 감독을 맡고 있는 리틀 야구단은 지난달 23~27일 경남 김해에서 11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해동기 전국 리틀야구대회'에서 4강에 올랐다.

리틀 야구단은 평소 주 2회(토·일요일), 방학 때 주 4회 연습을 할 뿐 정상적인 학교생활에 중점을 두고 있는 클럽 성격의 팀. 이 때문에 매일 훈련을 하는 학교 야구부들도 참가한 이 대회에서 거둔 성적은 놀라운 결과다.

권현우(11·아양초교 4년) 군은 이 야구단에서 취미삼아 야구를 한 지 5년째. 권 군은 "평일에는 학교와 영어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한 뒤 주말에 모여 연습을 하니까 공부에 별로 방해되지 않는다."며 "아직 야구 선수가 될지 결정하진 못했지만 아버지는 원한다면 해보라고 하신다."고 말했다.

리틀 야구단 선수들은 대구·경북 지역 초교 3~6년생 44명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이 여는 어린이 야구교실에 참가했다가 재능이 눈에 띄어 리틀 야구단에 선발된 어린이들이다. 유니폼만 구입해야 할 뿐, 한해 4천여만 원씩 드는 팀 운영 경비를 삼성에서 부담하므로 경제적 부담도 거의 없다. 대학부 4명, 고등부 15명 등 모두 45명의 선수들이 리틀 야구단에서 야구를 배우다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며 학교 야구부에 들어가 뛰고 있다.

현재 지역의 유소년 야구는 고사(固辭) 위기를 맞고 있다. 초교 야구부를 운영하고 있는 지역 7개 초교는 야구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어린이들이 없어 야구부를 구성하기 조차 쉽지 않다. "초교 때부터 선수 수급이 안 돼 중학교 야구부도 팀 구성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야구를 하겠다는 말만으로도 반가울 뿐이지 잘 하는 아이들을 가려 뽑는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이 한 지역 한 중학교 야구부 관계자의 말이다.

"요즘 어느 부모가 공부는 제쳐두고 운동만 시키는 학교 야구부에 자식을 맡기겠느냐."며 일본처럼 학과 공부를 시키면서 클럽 활동으로 야구를 하는 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선동열 삼성 감독의 이야기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홍준학 삼성 홍보팀장은 "이 야구단을 보면 공부를 하면서 취미로 야구를 해도 학교 야구부와 대등하거나 나은 기량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앞으로 학생 야구도 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야구 저변 확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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