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가 인천 초등생 박모(8) 군 유괴사건의 범죄 행태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영화의 모방범죄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박모 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유괴된 이후 유괴범의 협박전화를 계속 받으면서 이번 사건이 영화 '그놈 목소리'와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괴범의 목소리와 음성 톤이 영화 속 범인 목소리와 너무나 똑같아 곁에 있던 형사들에게 '그 범인이 다시 나타난 게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는 것.
지난 2월 개봉한 '그놈 목소리'는 1991년 발생한 이형호 군 유괴살인사건을 다룬 영화로, 유괴사건 등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대변하며 관객 360만 명을 넘어선 흥행작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모방범죄 발생이란 복병'을 만나면서 난감한 입장에 놓이고 말았다.
'친구'와 '말죽거리 잔혹사'도 모방범죄 논란이 극심했던 영화로 지목된다. 이 영화들은 관객 수백만명을 넘기는 성공을 거둔 이면에 교복을 입은 교내 폭력집단을 미화, 청소년들의 모방이 잇따르자 정치권에서 규제방안을 검토하기까지 했다.
또 영화 '살인의 추억'은 영화의 배경이 된 사건이 18년이나 지난 후에도 영화에서 처럼 시신이 농수로 배수구에 유기되는 등 유사 살인사건이 발생해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팀이 현장에 급파되는 소동을 빚었다. 영화 '실미도'는 개봉되기도 전에 한국은행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 영화의 원작소설에 특수병들이 한국은행 현금수송 차량 탈취를 계획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 2002년 3월 개봉된 영화 '정글쥬스'에도 야간에 현금자동지급기를 터는 장면이 나와 경찰이 모방범죄 차단에 고심한 적이 있다.
영화의 모방범죄 논란이 재연되자 영화 제작사 측도 난감한 입장이다. 유괴사건을 잊지 말고 끝까지 범인을 잡자는 취지로 만든 영화가 오히려 또다른 모방범죄를 낳을 수도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이에대한 여론도 엇갈린다.
"'살인의 추억' 이후 모방범죄가 나왔는데 '그놈 목소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규제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모방범죄를 우려해 영화도 드라마도 만들지 말라는 얘기인가"라는 반문의 목소리도 높는 것. 설사 영화가 범죄에 영향을 미쳤다 해도 이를 작품 자체에 원인을 돌려,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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