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공자 자녀로 4년째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남모(31) 씨는 요즘 마음이 무겁다. 정부가 최근 국가유공자 자녀의 공무원 시험 가산점을 10%에서 5%로 낮추면서 합격의 희망이 멀어진 탓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에 뛰어든 그는 낮에는 학원 수강생, 밤에는 기숙사 사감을 하며 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남 씨는 "퇴직금과 연금으로 생활하는 부모님께 누를 끼치기 싫어 일과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며 "가산점이 줄어들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은 더욱 커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정부가 국가유공자 채용시험 가산점 제도를 바꾸면서 공무원 시험 수험생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일반 수험생들은 1, 2점으로 당락이 엇갈리는 현실에 비춰 개정을 반기는 반면, 국가유공자 자녀는 형편이 어려운 국가유공자 가족들의 현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
두 차례나 0.5점 차이로 떨어졌다는 도준형(33) 씨는 "국가유공자 자녀의 생활이 힘든 것은 이해하지만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가산점 10%는 당락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법 개정으로 심리적인 부담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반면 국가유공자 자녀인 유모(24·여) 씨는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아버지를 잃고 어렵게 살아왔지만 가산점 때문에 공무원 시험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주변의 시선을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가 여론에 휩쓸려 가산점 제도를 개정하는 대신 유공자 자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이 같은 논란은 온라인상에서도 격화되고 있다. 인터넷 카페 '대구·경북지역 공무원 수험생 카페(cafe.daum.net/daegustudy)'에서 지난 8일부터 3일간 회원 중 72명(중복 아이디 제외)이 참여한 가운데 찬반 의견을 조사한 결과 65.2%(47명)가 이번 개정에 찬성했고 34.7%(25명)는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아이디 '합격만이살길이'인 네티즌은 "국가유공자에게 가산점 10% 혜택을 주는 것은 나라가 부담해야 할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복지를 일반 수험생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가산점을 2, 3% 정도로 더 낮춰 일반 수험생을 역차별하는 가산점 제도를 완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ID '정복9급'은 "모든 유공자는 똑같다는 식의 생각보다는 나라를 위해 목숨과 전재산을 바친 독립유공자나 한국전쟁 전사자 자녀의 실상을 이해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 6일 본회의를 열고 국가유공자 가족과 유족이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경우 가산점을 현행 10%에서 5%로 낮추고, 40점 이하로 과락하면 가산점을 주지 않는 내용의 국가유공자 예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바뀐 법은 오는 7월 1일 이후 치러지는 시험부터 적용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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