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중국의 '문화전쟁'

지난해 중국 관영 중앙TV(CCTV)의 12부작 역사 다큐멘터리 '大國堀起(어떻게 떨치고 일어났나)'는 중국은 물론 우리 사회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5세기 이후 세계를 호령한 9개 大國(대국)의 발흥과 패망의 역사를 짚어봄으로써 현대 중국이 거울로 삼을만한 교훈을 얻고자 하는 취지가 배경에 깔려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이 프로그램이 던져주는 강력한 메시지는 9개 대국의 뒤를 이을 다음 주자는 바로 '중국'이라는 관통하고 있다.

지금 중국의 모습은 한마디로 자신만만, 위풍당당이다. 전세계가 경제 침체로 허덕이는데도 유독 중국은 연속 4년 10% 이상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성공적인 유인우주선 발사에 이어 위성요격에도 전격 성공, 우주공간을 둘러싼 미'중간의 스타워즈가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초로 수심 7천m까지 탐사 가능한 유인 심해 잠수정을 개발, 해저전쟁에까지 불을 붙이고 있다.

뿐만 아니다. 중국 문화 전파를 통한 문화전쟁에도 나섰다. '공자학원'이 그 교두보다. 현재 세계 78곳에 설치된 공자학원은 중국어를 비롯 서예'茶(차)'시문학 등 중국 문화의 산실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공자학원을 100곳 이상으로 늘리고 침술 등 전통문화 분야로도 확대할 계획이라 한다.

최근엔 중국어를 배우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와 중국의 문화전쟁은 한층 날개를 달 전망이다. 독일 괴팅겐 대학과 상하이 화동사범대학의 공동연구에서 연속된 숫자와 문자'색깔 등에 대한 기억력 측정 결과 유럽 학생보다 중국 학생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대뇌의 정보처리 능력에서 중국인들이 훨씬 우수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漢字(한자)를 지적한다. 알파벳을 사용하는 서구어보다 한자가 보다 빠른 인식작용과 발음을 가능케 하며, 이 빠른 발음이 빠른 정보처리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同音異意(동음이의)가 많은 언어 특성상 聲調(성조)에 따른 구분 등 지적 능력도 요구되며, 무엇보다 5만여 자에 이르는 수많은 한자를 익히는 것 자체가 고도의 지적 능력을 기르게 한다는거다.

우리 사회의 영어열풍은 이미 그 자체가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顚倒(전도)되고 있다. 중국어를 배우면 똑똑해진다니 이젠 또 중국어 열풍이 불려나.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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