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년 전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Engel)은 벨기에 노동자들의 가계지출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그 결과 수입이 적은 가계일수록 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의 비율이 높다는 경험법칙을 발견했다. 오늘날까지도 각국의 주요 경제지표로 매년 발표되고있는 '엥겔지수'가 등장하는 순간이다. 일반적으로 엥겔지수가 25 이하면 높은 수준의 문화생활을 하는 '최상류'로 분류되고, 26~30은 '상류', 31~50은 '중류'로 분류된다.
요즘은 웰빙 바람이 불면서 유기농 음식에 대한 지출이 높아져 단순 식료품 지출 금액만으로는 가계의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지만 '건강'이 아닌 '생존' 차원의 음식비 지출로 한정해서 보면 아직도 유효한 이론이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정보통신(IT) 엥겔지수' 산정 기준을 마련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IT지수란 총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총 통신비용, 즉 유'무선 전화와 인터넷 이용, 단말기 교체비용 등을 말한다. 우리나라 IT 지수는 2004년 5.6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7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굶어도 자식 교육는 시킨다'는 우리나라의 지난해 2인 이상 도시가구의 교육비 지출 비중이 14쯤인 것에 비하면 정보통신 비용 비중 5.6은 그야말로 경이로운 수치다. 선진국보다 낮은 소득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IT 관련 산업 소비가 이렇게 높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IMF 사태 이후 한국을 먹여살린 動力(동력)은 IT산업이었다.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가 말해주듯 IT를 모르면 원시인 취급을 당할 정도로 한국의 IT 열풍은 대단했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는 더 짙은 법'. 단기간에 몰아닥친 디지털 열풍은 그 달콤한 열매를 따먹는 기쁨과 함께 人性(인성)의 황폐화라는 그늘도 함께 드리웠다. 너무 일방적으로 디지털화되는 바람에 그 혜택을 누리는 그룹과 거기로부터 소외된 그룹 간의 정보격차(divide)는 한국사회의 고질병이 되었다. 이제 IT산업은 피할 수 없는 '보편적 기본서비스'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것이 '인문학의 위기'라는 또다른 병폐를 낳는 씨앗이 되어서는 안 된다. IT 지수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껍질에 환희하지 말고 IT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는 과연 무엇인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yzoot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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