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책임 있는 일원' 발언에의 충고

북한이 어제 6자회담 동북아 평화'안보 체제 실무그룹회의에서 "미국'일본과 친구관계를 맺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고 싶다"고 밝힌 것은 그 속내가 어떻든 북한의 변화 기조를 읽을 수 있는 발언이어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렇듯 북한이 이전과 달리 적극적인 대미관계 개선 의지와 '책임'을 강조한 것은 2'13 합의 이후 달라진 데탕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하지만 그저 말로만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되겠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그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주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테러 지원, 인권 탄압, 화폐 위조, 납치 등의 오명을 쓰고 있는 북한이 이에 대한 중단과 납득할 만한 해명 없이는 국제사회 그 어느 누구도 북한의 발언에 무게를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외신의 표현대로 '변덕스러운' 북한 정권의 前歷(전력)에 국제사회는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말이다.

이 같은 의구심은 당장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북측이 이날 '책임' 발언에 앞서 '동북아 지역에 냉전의 잔재가 남아있고 군비경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함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책임' 발언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북한이 미'일에 대해 여전히 불신을 갖고 있는 만큼 국제사회도 북한이 자기식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생각을 결코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 18년 만에 해제를 검토 중인 가운데 미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들이 "성급한 시도"라며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남북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오는 27일부터 30만t의 비료지원을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최근 남북관계 정상화 분위기와 관련 "근본적, 정책적, 전략적 변화가 아니고 상황에 따른 전술적 변화라고 본다"고 말하고 있다.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등 한차원 발전된 데탕트 국면으로 가기 위해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북한 또한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고 그 일원이 될 것인지 아닌지 岐路(기로)에 서 있다. 순간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입으로 '책임'을 들먹이며 舊態(구태)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체제 유지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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