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대구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맞나?

대구시가 내걸고 있는 '기업하기 좋은 도시 만들기'나 '기업이 살아야 대구가 삽니다'라는 현수막을 접할 때마다 공염불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는 지금 몇 억원만 투자를 한다고 해도 칙사 대하듯 환대를 한다는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 중소기업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고용해 고용불안을 덜어주고 엄청난 납세보국을 해도 기업인들을 우습게 보는 것은 물론이고 노동부나 환경부, 연금·건보공단 또는 환경자원공사나 심지어 인권단체들까지 기업들을 적대시하기 일쑤다.

기업인이 자살을 해도 어느 곳 하나 애도의 말을 해주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생색나는 일은 권력있는 사람들의 차지고, 기업인들은 환경오염범이나 근로자 임금착취범 쯤으로 매도한다. 세상에 이런 억울한 일이 어딨는가.

그렇다고 이를 두고 대구시를 원망하자는 것이 아니다. 또 대구시만의 책임도 아니다. 하지만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추진 방향이나 방법 자체는 우리 기업인들이 보기엔 포커스가 한참 빗나가고 있는 것 같다.

첫째, 기업을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건 중 하나가 교통사정이다. 그런데 대구의 공단 중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 출퇴근과 물류 운송을 위한 도로 사정이 그야말로 열악하기 짝이 없다. 특히 편도 1차로의 꼬부랑길에 매달려 있는 달성공단 300여 개 업체의 3만여 명과 그 배후의 구지공단과 성서공단의 남쪽 끝에서 화원과 월배로 출입하는 업체들의 사정은 눈물겹다.

뿐만 아니라 대구의 시가지는 구조 자체가 학교와 지원시설 및 주거지는 시가지의 중·동부에 모아놓고 그 지원시설과 사람들을 가장 많이 쓰는 제조업체들은 서·남부의 끝단에 모아 놓으니, 출퇴근을 위한 시간적·경제적 손실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로 인해 여가 선용을 위한 시간제 취업도 자연히 못하게 되니 주거지역에는 사람이 남아돌고 공단지역의 기업체에는 사람이 없어 아우성을 치게 된다. 이 때문에 실업률과 물류비용은 올라가고 시민들의 소득과 기업가동율은 떨어지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결국 대구시민의 소득이 전국 꼴찌에 맴돌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화급한 협로는 방치해놓고 국우로나 범안로 월드컵로 등의 전시용 적자도로 건설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는 구호는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이 바로 기업 박대가 아니고 뭔가. 그러나 기업들은 마치 우직한 소와 같아서 아무리 현실이 어렵고 힘들고 불합리해도 말 한마디 하지 않는다. 정부당국은 기업들이 말이 없으니 불만이 없는 것으로 오인해서 인지는 모르겠다.

요즘 시나 정부 당국이 내놓는 정책이 대부분 기업 목조르기성 정책 뿐이다. 하지만 기업들을 박대하는 방법으로 국민들을 잘살게 해준다는 정권은 반드시 망했다는 다른 정권들의 패망사를 눈여겨 볼 일이다. 나라를 망하게 하지 않으려면 기업에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오늘날 가장 비싼 자원은 시간이다. 시간을 만들지는 못해도 절약할 수는 있다. 도로를 조금만 보완하고 제한속도를 올려주면 되는 데도 너무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대구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가장 시급한 것은 시의 최끝단에서 반대쪽 최 끝단까지 최소한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그리고 최끝단 어디에서든지 최 중심부까지 2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도로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공단지역 서쪽 끝단에 명문 고등학교와 대학 및 연구 지원시설과 주거단지를 이전해 출퇴근을 자전거와 도보·대중교통 수단으로 할 수 있는 비율을 대폭 올려서 자원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기업과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 기업과 기업인들을 존경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비로소 대구가 경제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할 것이다.

조임호 전국기업경영환경개선협의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