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유니폼의 시대로?'
한때 사라지는 듯 보였던 유니폼이 패션의 흐름에 따라 재등장하고 있다. '똑같은 제복'쯤으로 인식되던 유니폼이 패션 트랜드와 보조를 맞추기 시작한 것. 대구에도 이색적인 유니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여 년간 똑같은 모습을 유지해오던 경찰 제복이 화사하게 바뀌는가 하면, 공무원들은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근무복을 입기 시작했다.
'모두 똑같아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색상만 통일해 입는 유니폼도 있고 병원 분위기에 따라 캐릭터 티셔츠를 입은 간호사들도 등장했다. 윤지은 토털코디네이터는 "최근 유니폼은 디자인이 심플해지면서도 컬러 자체가 많이 밝아지면서 세련되어가고, 소재 역시 고급스럽게 변화하는 추세"라며 "유니폼 자체가 패션의 흐름과 같이 유행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의사도, 간호사도 동물 캐릭터로
"아, 해보세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병원, 치과. 하지만 소아 전문 치과 '꾸러기 치과'에는 누가 환자인지, 누가 의사인지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 치위생사들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새겨진 알록달록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의사는 파스텔톤 티셔츠에 면바지를 입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꾸러기 치과 신재성 원장이 하얀색 가운 대신 캐주얼을 근무 복장으로 선택한 것은 1998년. 대구에선 처음 시도된 일이라 주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병원이라고 하면 의사는 흰 가운에 넥타이, 간호사는 투피스 차림 일색이었는데 색다른 유니폼을 도입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요. "
이 병원이 택한 전략은 바로 '엄마처럼, 아빠처럼' 입는 것. 치위생사들은 입고 싶은 캐릭터의류를 직접 골라 1년에 2, 3벌씩 갈아입는다. 곰 캐릭터 옷을 입은 치위생사 송현주 씨는 "옷 속의 캐릭터가 진료대에 오르지 않으려 떼쓰는 아이들을 구슬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병원에서 일반 병원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경찰복이 화사해졌어요
경찰복장이 지난해부터 한층 밝고 화사해졌다. 일반 경찰관은 연회색으로, 교통경찰관은 아이보리색상으로 제복을 모두 교체한 것. 이전에는 일반 경찰은 회색, 교통경찰은 푸른색 계열이었지만 지난해 '경찰 60주년'을 맞아 모두 바뀌었다. 1995년 제정돼 10년 이상 지속돼온 경찰의 '얼굴'이 바뀐 것.
'새 경찰, 새 출발'의 모토에 걸맞게 색상뿐만 아니라 소재와 디테일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 남색으로 밋밋했던 근무복의 넥타이에는 은빛 사선이 들어가 한층 세련된 느낌이 강조됐고, 모자와 계급장 테두리에도 은빛 무늬가 들어가 화려해졌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은색이 경찰 제복에도 들어간 것. 김기덕 대구경찰청 교통안전계장은 "옷감이 훨씬 좋아져 몸에 닿는 촉감도 좋아졌고 경찰 복장이 부드러워짐에 따라 시민들도 친근하게 느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같지만 다른 패션
개성은 살리되 통일감을 주는 패션도 색다른 유니폼으로 환영받고 있다. 백화점의 맥(MAC), 바비브라운, 메이크업포에버 등 메이크업 화장품 브랜드들은 특정 색상만 지정해 유니폼 대신 입고 있다. 이 중 화장품 브랜드 '맥'은 브랜드 출시 이후 줄곧 직원들의 의상을 블랙으로 고집하고 있다.
메이크업 제품을 다루는 브랜드인 만큼 최대한 화려한 메이크업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 대신 디자인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 '맥' 직원들은 제각각 검정 시퐁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 미니스커트 등 개성을 드러내는 옷을 갖춰 입고 있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옷장 안은 검정색 일색이다. '맥' 직원 곽미라 씨는 검은색 옷만 30여 벌 갖춰놓았다고. 곽 씨는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브랜드 특성이 옷에서도 드러날 수 있도록 신경써서 옷을 고른다."고 말했다.
바비브라운 역시 블랙과 화이트로 옷 색상을 정해두었다. 롯데백화점 이성희 매니저는 "때로는 화장품보다 옷에 관심을 더 가지며 물어오는 고객들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경직되지 않아 일하는 데에도 훨씬 편하다고.
메이크업포에버의 경우 지난해부터 유니폼에서 벗어나 검은색의 자유로운 디자인을 허용했다. 제복을 입을 땐 헤어스타일도 제한했지만 지금은 자유로워졌다. 메이크업포에버 직원들은 "똑같은 유니폼보다 아티스트 같은 느낌이 강해서 만족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 공무원도 패셔니스트
대구시 중구청 민원실을 들어서면 깔끔한 분위기가 여느 민원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반 기업체의 서비스룸을 연상케 할 정도로 단정하고 활기찬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것은 바로 근무복.
이전에는 소위 '민방위복'이라 불리는 칙칙한 색깔의 근무복 일색이었지만 지금은 깔끔한 정장차림. 민원실 공무원 이재근 씨는 "직접 입고 있으면 모양새도 나고 깔끔해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민원실을 찾은 주민들 역시 바뀐 근무복이 반갑다.
이는 디자이너 박동준 씨가 무료로 디자인한 것으로, 보라색 스트라이프와 트리밍이 특징. 보라색 매듭과 브로치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어 직원들의 반응이 좋다. 박 씨는 현재 중구청 민원실 하복으로 남자는 블루, 여자는 핑크 계통의 유니폼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근무복을 교체한 윤순영 중구청장은 "정장을 입으니 공무원들의 자세가 확실하게 달라졌다."면서 "정장 차림에 서비스하는 분위기로 민원인을 대하니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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