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와 함께)경찰 "왜 태웠느냐" 운전자만 추궁

만취 택시승객 핸들 꺾어 인도 돌진

택시기사 이종관(44) 씨는 지난 13일 새벽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날 오전 3시 40분쯤 서구 내당동 지하철 내당역네거리 부근 술집에서 나온 40대 승객을 태웠다가 몸과 마음이 다 상했다. 새벽 시간대에 술 취한 승객이 많아 평소처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게 화근이었다. 이 씨는 술을 마셨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만취상태인 줄은 몰랐다. 그러나 이내 반말과 욕설이 쏟아졌고 승객의 돌발행동으로 대형 사고를 당할 뻔했다. 이 씨는 "손님이 차에 오르자마자 '직진해라.', '차를 세워라.', '운전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 등 행패를 부리다 갑자기 택시 운전대를 꺾는 바람에 차가 서대구전화국 네거리 부근 인도 쪽으로 돌진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하마터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뻔했다는 것.

이 씨의 황당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12신고로 경찰서에 간 이 씨는 경찰관의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는 것. 교통사고조사계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술 취한 사람을 왜 태웠느냐. 손님이 운전대에 손을 대려고 하면 기사가 방어해 손님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 씨는 "그렇다면 술 마신 사람은 태우지도 말고 승차시키더라도 좌석까지 지정해서 앉히라는 얘기냐."며 "욕 얻어먹고 사고까지 났는데 왜 경찰에게까지 이러한 얼토당토않은 책임 추궁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고, 아직까지 화가 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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