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입시학원 밤12시 수업하나…개정 '학원법' 23일 시행

지난달 한 공무원학원에 등록하면서 석 달치 수강료를 한꺼번에 낸 윤모(29·여) 씨는 최근 학원비 때문에 속이 상했다. 주 3회 수업하는 이 강좌를 10일간 4번 들은 뒤 다른 일반 회사에 취직하면서 더 이상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게 됐다. 그러나 남은 기간의 수강료 환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것. 학원 측은 이미 수업을 받았기 때문에 규정상 환급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해 결국 윤 씨는 수업 4번에 36만 원이란 거금을 날려야 했다. 윤 씨는 "최소한 두 달치 수강료는 돌려줄 것이라 기대했는데 한 푼도 못 받았다."며 "게다가 며칠 뒤면 법적으로 환급받을 수 있는 길이 생기는 걸 알고 더욱 속상했다."고 말했다.

학원이 수강생 중심으로 변한다. 무엇보다 이제 학원에 다니다 중간에 그만둬도 수강료를 환불받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의 시행령이 발효되면서 수강료 환불이 의무 규정이 돼 오는 23일부터 합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게 된 것. 시행령에는 수강생의 개인 사정에 따라 학원을 그만둘 경우 이미 받은 수업시간 상당의 수강료를 뺀 나머지 금액을 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원들이 규정을 어기고 수강료를 환불해주지 않으면 수십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교습을 정지하는 등 강제성까지 마련, 실효성을 높였다.

또 '가격 표시제'도 도입돼 수강생들의 편익이 증진될 전망이다. 광고전단지 등을 통해 수강료를 학원 외부로도 홍보할 수 있어 수강생들이 보다 손쉽게 수강료 정보를 접하고, 비교도 할 수 있게 된 것. 학원들도 수강료 홍보가 가능해져 경쟁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시행령에는 '초·중·고생들이 수강하는 학원의 수업시간을 시·도 등 지자체가 조례로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담고 있어 학원들의 새벽 수업 변화가 예상된다. 현행 대구시 조례에는 0시 이후의 수업을 금하고 있지만 대부분 몰래 새벽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 이에 대구시 교육청은 현재 새로운 '조례안 제정'을 위해 물밑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교육청은 교습학원의 수업 시간 제한 조례 제정을 위해 학부모와 학생 4천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한편 학원 200곳을 선정, 학원장들과 협의를 통해 적절한 수업 시간을 조율하고 있다. 대구시 평생교육과 한 관계자는 "법이 시행되는 23일쯤이면 하위법인 조례안도 전체적인 윤곽이 잡힐 것"이라며 "학생과 학원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벽에까지 학원수강을 허용하게 되면 가뜩이나 입시위주의 공부로 인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중·고 교육이 더욱 학원 강의 중심으로 흐를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학부모는 "현실적으로 새벽에도 문을 여는 학원이 많긴 하지만 공식적으로 시간제한이 없어지면 학생들이 학원으로 내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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