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10시 10분쯤 올해 34세인 박모 씨는 대구시 수성구 중동의 주택가 길가에서 죽음을 맞았다. 이보다 앞서 1시간 전쯤 이 길을 지나던 동네 주민 김모(60) 씨가 쓰러져 있던 그를 발견했다. 김 씨는 박 씨가 '배가 고파 힘이 없다.'고 해 '빵과 음료수를 사먹으라'며 2천 원을 건네준 뒤, 못내 걱정이 돼 다시 와봤더니 그가 숨져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길지도 않은 34년의 삶. 박 씨는 왜 그 곳에서 숨졌을까?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의 본적지는 경남 남해, 그리고 주소지는 한 달가량 일했던 중국음식점으로 돼있고, 외상이 전혀 없어 정확한 사인을 알려면 부검을 해야된다고 했다.
중국음식점 주인과 동료 종업원 등에 따르면 박 씨는 몸이 불편한 양어머니가 여수에 있고, 10년 전쯤 돈을 벌기 위해 대구에 왔다는 것 등 단편적인 내용뿐이다. 박 씨는 이후 줄곧 중국음식점만을 돌아다니며 일했다고 한다. 일했던 기간은 모두 10개월 여지만 한 달 일하다 나가고 다시 들어오길 반복했다는 것.
이곳 사장은 "하지정맥류 장애가 있어 다리를 약간 절었고 약간 모자라기도 해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나가고 들어오길 반복해도 갈 데도 없는 것 같고 불쌍해서 돌아오기만 하면 계속 받아줬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지난 설 연휴 때 여수 어머니께 다녀온 뒤 사라졌고 결국 다시 돌아오지 못한 채 18일 싸늘하게 변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 주변에선 죽을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가 왜 죽었는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배가 고파 힘이 없다.'는 그의 마지막 말은 우리 모두가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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