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조트 여행이 인기다. '어느 곳으로 여행갔느냐?' 하는 문제만큼이나 '어느 곳에서 잤느냐?'가 중요한 문제이다.인기있는 동남아 리조트는 대개 화려한 숙소를 갖거나 멋진 풀장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한번 다녀오는 데 최소 4일의 시간, 100만 원 내외의 목돈을 요구한다. 마음은 곧잘 일상에 지치는데, 여름휴가까지 기다리며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댈 수는 없다. 지금 떠나자. 봄꽃이 피어나는 이때,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동남아 리조트를 능가하는 '코리안 스타일 리조트'가 있다.
◆영주 선비촌-멋들어진 웰빙공간
영주 선비촌은 가히 코리안 스타일 리조트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일단 여느 리조트 못지 않은 숙박시설이 그러하다. 입구에서부터 웬만한 눈높이의 방문객이라도 감탄시킬 위용을 자랑한다. 반달 모양 다리를 건너면 40여 채 건물들이 조선시대로 시간여행 온 듯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살짝 고개를 쳐든 처마, 탄탄한 나무로 올린 대들보, 흙 마당, 운치를 더하는 장독대….
하지만 감탄은 이르다. 몸을 뉘일 방에 들어서면 온화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는 것이 느껴진다. 벽은 황토이고, 방마다 몇 개의 고가구가 있다. 온돌바닥은 짐도 풀기 전에 드러누워버리고 싶게끔 따뜻하다. 집 자체가 '웰빙'이다. 방문의 한지도 공기 순환에 딱이다. 아이가 아토피를 앓고 있다면 더없이 좋은 공간. 물론 멋스러움은 덤이다.
화장실과 세면장, 샤워시설 등은 수세식이다. 다만 마당 한가운데에 공동으로 쓰도록 돼 있어 한옥의 불편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선비촌 문의 054)638-5830~2.
◆부담없는 비용
해외 리조트와 비교할 때 가장 경쟁력있는 대목은 단연 비용이다.
비행기값? 필요 없다. 요즘은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려 있어 전국 어디에서나 2시간 이내로 가까워졌다. 기름값 몇 만 원과 고속국도 통행료 몇 천 원만 부담하면 된다.
1박에 몇 십만 원? 천만에! 이렇게 운치 있는 방에서의 하룻밤이 2만~5만 원 선이다. 해우당고택, 두암고택 등의 기와집에서 조선시대 상류층의 삶을 살고 싶다면 3만 원(2인 1실 기준), 5만 원(4인 1실)만 부담하면 된다. 중류층 기와집은 2만 5천~4만 원, 서민들이 살던 초가를 선택한다면 2만~4만 원. 관람료도 어른 3천 원, 청소년·군인 2천 원, 어린이 1천 원 등 한 번만 내면 선비촌·소수서원·소수박물관 모두 이용할 수 있다. 이야말로 최소비용 최대만족이란 시장경제 원칙에 가장 충실한 조건 아닌가!
◆미각 천국
먹는 것도 중요한 당신. 집 밖으로 나가서까지 밥해 먹는 것이 짜증난다면? 걱정 없다. 선비촌 안에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준비돼 있다. 옛날 시장의 모습을 재현한 저잣거리에는 묵밥, 동동주, 파전 등 대부분을 5천 원 선에 팔고 있다.
발품을 팔아서라도 맛난 음식을 먹고 싶다면 전통묵밥과 태평초, 평양식 냉면을 찾자. 영주는 인삼, 한우로 유명하지만 이 외에도 놓치고 가면 후회할 음식들이 많다.
일단 전통묵밥으로 유명한 순흥전통묵집(054-634-4614). 저마다 자신이 원조라고 내세우지만 현지서 인정받은 원조는 읍내리에 있다. 전통묵밥이 4천 원. 이 지역 사람들이 '태평초'라고 부르는, 묵 돼지고기 김치 등을 넣은 전골도 별미. 영주시내에 가면 태평초 전문 식당이 즐비하다.
풍기읍내 서부냉면집(054-636-2457)은 평양식 냉면으로 유명하다. 60년 가까이 된 곳으로, 강원도산 국산 메밀로만 면을 뽑아 국물맛이 일품인 정통 평양냉면의 풍미를 고스란히 담았다.
아이들 간식을 찾는다면 생강 도넛도 추천할 만하다. 풍기역 인근 정아분식(054-636-0067) 생강 도넛은 이 지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명물. 찹쌀 도넛에 생강·땅콩 등을 버무려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개당 500원인 도넛은 한 사람이 2개 정도 먹으면 딱 맞다.
◆풍성한 놀거리
백만 원 넘게 투자한 해외 리조트에서 사흘 내내 수영장에만 있었던 당신. 먹고 수영하고 먹고 수영하고…. 지겹지만 다른 놀거리라곤 없는 것이 불만이지 않았는가? 영주 선비촌엔 지루함이 없다.
선비촌 최고의 묘미는 다양한 전통체험에 있다. 자녀를 데리고 갔다면 금상첨화다. 양반층 코스에서 강학과 다도, 서예, 한문 등을 배울 수 있다. 서민층 코스에선 짚신 삼기, 새끼꼬기 등의 공예체험이 준비돼 있다. 몸 움직이기는 귀찮지만 아기자기한 재미를 찾는 사람에게 강추.
땀흘리고 놀아야 뿌듯해 하는 당신이라면 투호던지기, 널뛰기, 떡메치기, 제기차기 등의 민속놀이를 즐기면 된다.
◆환상의 볼거리
선비촌의 볼거리는 눈을 즐겁게 하지만 인근 유적지는 마음을 즐겁게 한다. 바로 옆에 붙은 소수서원과 소수박물관은 산책 코스로 더할 나위 없다. 아름드리 솔숲에 자리 잡은 소수서원은 은은한 솔향기와 맑은 개울이 조화를 이뤄 완연한 봄의 기운을 더한다. 새로 지은 소수박물관은 성학십도 목판 원본 등 보물이 많다.
영주의 자랑인, 천년의 꿈을 간직한 사찰 부석사는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 선비촌에서 승용차로 20분 거리. 교과서에서 봐왔던 무량수전을 비롯해 국보·보물이 있는 '보물창고'인 이곳은 다양한 문화유산도 그렇거니와 병풍처럼 둘러싼 소백산의 절경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두 가족 이상 방문시 문화해설사가 친절한 설명을 해준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해설사를 활용하자.
특히 매화, 산수유, 철쭉이 핀 부석사에서 바라보는 해질녘 풍경은 장관이다. 자신의 캐나다 고향 풍광을 두고 "해질 무렵 이곳의 산책은 세상의 모든 왕국과도 바꿀 수 없다."고 극찬한 '빨강머리 앤'의 작가 몽고메리가 이곳을 먼저 보았더라도 그런 말을 했을까. 소백산 자락의 장중한 해넘이는 어느 예술가도 표현할 수 없는 '아트'의 경지다.
인생에 충전이 필요할 때, 시간이나 주머니 핑계 대지 말고 떠나보자. 가까운 곳에 자신을 오롯이 돌아볼 고즈넉함이 당신을 기다린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이번 주 여행코스 : 순흥벽화고분-소수서원·소수박물관-선비촌 민속놀이-부석사-문수면 수도리 전통마을-가흥리 암각화 및 마애불 답사-풍기온천-풍기인삼시장
*'어서 오이소' 다음(24, 25일) 코스는 '태고의 신비 울릉도 원시림 탐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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