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적대적 M&A 앞 '위기의 경영권'

지역에도 기업사냥 불안 엄습…M&A 대책없는 기업 아직 50%

기업들이 적대적 M&A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대구시가 대구를 의료산업 메카로 키우기 위해 스타기업으로 선정, 전략적으로 육성할 예정인 코스닥 등록기업 (주)프로소닉이 적대적 M&A에 직면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구경북지역 대다수 상장기업들이 "남의 일이 아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역 상장기업 관계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투명경영'을 빌미로 한 각종 정책들 때문에 상장기업들이 경영권을 지키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안정적 기업활동을 위한 제도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풍전등화(風前燈火), 프로소닉

국내 초정밀 의료기기 제조업체 가운데 선두주자로 꼽히는 프로소닉.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아이해브드림 사모기업인수증권투자회사'는 오는 23일 프로소닉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제안을 통해 임기만료되는 한진호 대표이사를 비롯한 현재의 경영진 3명을 모두 퇴임시킨 뒤 신명수 씨 등 3명의 신임 이사로 대체·선임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프로소닉의 경우, 한 대표이사의 지분율이 16.57%에 불과하고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도 20.86%에 머무르고 있어, 아이해브드림 측이 소액주주들을 우호세력으로 규합하는 데 성공하면 이번 주총에서 현 경영진은 자칫 경영권을 뺏길 위기에 처한 상태다.

프로소닉 현 경영진은 "여러 사실을 조사한 결과, '아이해브드림'이 내세운 이사들은 의료기기 제조업체 운영경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인 것은 물론, 일부 이사 경우, 일부 상장기업 경영에 참여한 이후 해당기업이 상장폐지되는 등 기업 측면에서는 잘된 것이 없었다."며 "결국 이들은 '기업사냥꾼'으로밖에 볼 수 없으며 프로소닉의 적대적 M&A가 현실화,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오면 대구시가 프로소닉을 전면에 내세워 야심적으로 추진 중인 '의료산업 중심지 계획'이 자칫 수포로 돌아갈 우려마저 있다."고 호소했다.

프로소닉의 현 경영진 측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오는 주총에서 우호지분을 최대한 확보, '아이해브드림' 측의 경영권 확보 시도를 막을 방침이다.

이에 대해 아이해브드림 측은 "기업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시도"라는 입장이다.

차문현 아이해브드림 대표는 "아이해브드림은 프로소닉의 지분을 매집하면서 경영권 장악 계획은 없었지만 최근 프로소닉 현 경영진이 자산운용과정에서 투명성을 상실한 데다 배당을 전혀 하지 않아 주주들의 몫을 전혀 돌려주지 못했다."며 "더욱이 현 경영진이 주가도 제대로 올려놓지 못한만큼 아이해브드림이 경영권을 장악, 회사를 바로세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아이해브드림'은 사모(私募)투자펀드(PEF·Private Equity Fund)로, 지난해 초부터 프로소닉의 주식 매집에 나서 같은 해 3월 프로소닉의 최대주주로 올라섰었다.

한편 프로소닉은 1990년 설립된 이래 2000년 8월 코스닥에 등록했으며, 의료용 초음파영상 진단기 탐촉자(Probe)를 주력제품으로 초정밀 의료기기를 제조하고 있다. 이달 대구 스타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물론, 지난 2004년에는 경북스타벤처기업으로 뽑히기도 했으며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 187억 원에 당기순익이 40억 원에 이를 만큼 '알짜회사'로 평가받고 있다. 본사는 경북 경주에, 대구엔 의료공학연구소가 있다.

◆경영권 유지가 불안하다

프로소닉뿐만 아니다. 대구경북지역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포스코마저 적대적 M&A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는 '2007년도 주주총회 주요 이슈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한국 경제의 간판인 코스피(KOSPI) 200대 기업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으로 인해 불안을 느끼고 있으나, 이런 위협에 맞서 제도적 방어장치를 마련한 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상의가 KOSPI 200대 기업(응답기업 175개)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잠재적으로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다.'(25.2%)거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다.'(1.7%)고 답해 경영권 유지에 불안을 나타낸 기업이 26.9%에 이르렀다. 2004년 대한상의가 같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온 18.2%보다 8.7%포인트나 높아진 수치.

이번 조사에서 '적대적 M&A 위협에 충분한 방어를 하고 있다.'는 기업은 49.7%에 그쳤으며, 그 가운데서도 구체적인 대비방법이 '대주주 지분율'(80.5%)과 자사주 매입'(14.9%) 등 지분율 확보에 의존하고 있는 기업이 95.4%로 절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 이사의 선·해임 요건을 강화한 '초다수 결의제'와 적대적 M&A 퇴직임원에게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한 '황금낙하산' 등 제도적 방어장치를 마련한 기업은 단 2개에 불과했다.

M&A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방비책이 전혀 없다고 밝힌 기업은 50.3%나 됐다.

반면 미국 S&P 500대 기업들은 가운데 93.6%가 적대적 M&A 위협시 기존주주에게 신주를 저가 발행할 수 있도록 한 '포이즌 필' 등 다양한 경영권 방어수단을 도입해 KOSPI 200대 기업들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증시상장의 득실과 관련해서는 '자본조달 등 측면에서 득이 더 많았다.'는 기업이 45.1%를 차지했지만 '득실이 비슷하다.'(38.9%)거나 '득보다 실이 더 많다.'(16.0%)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선진국형 방어장치를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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