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2시 45분 대구경찰청 112 지령실. 40대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대구 남구 대명동의 한 식당에 도둑이 든 것 같다는 내용. 사건이 접수되자마자 대형 모니터에는 범행 현장의 위치와 상세한 지도, 인근 7km 이내에 머물고 있는 경찰 순찰차들이 한 순간에 표시됐다. 심지어 순찰차들의 움직임과 진행방향까지 나타났다.
같은 시각, 현장에서 600m 정도 떨어져 있던 112 순찰차 내 내비게이션에는 현장 지도와 함께 사건 내용, 현장까지의 최단거리가 표시됐다. 지령실 모니터에는 순찰차의 움직임이 거의 실시간으로 표시됐고, 신고 접수 후 2분도 채 되지 않아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순찰차 긴급배치시스템'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올해 초 대구경찰청이 도입한 '112 순찰차 신속배치시스템(IDS; Instant Dispatch System)'이 신속한 범죄 대응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 6억 4천만 원을 들여 구축한 이 시스템은 대구시내 112 순찰차와 교통순찰차, 형사기동대 차량 등 총 200대의 경찰 차량에 내비게이션과 GPS를 장착, 실시간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범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찰차를 즉시 출동시키는 시스템. 순찰차에 장착된 모니터에는 범죄와 관련된 정보를 전송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이 시스템은 실제 범행 현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3시 50분쯤에는 대구 동구 효목1동 주택가에서 이모(22) 씨가 주차된 택시에서 금품을 털어 달아나다 경찰에 붙잡혔다.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3분 만이었다. 신속배치시스템을 이용해 인접한 순찰차 1대가 현장에 도착했고, 또 다른 순찰차가 도주로를 차단하면서 현장에서 500m 떨어진 골목길에서 용의자를 붙잡은 것. 앞서 14일에는 대구 수성구 중동에서 대낮에 흉기를 들고 주택에 침입했던 염모(40) 씨가 신속배치시스템을 사용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피해자의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인근에 있던 순찰차 5대가 동시에 출동, 현장 주변을 살피며 도주로를 차단하고 나선 것. 염 씨는 경찰을 피해 이웃집 장독대에 숨어있다가 불과 2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112에 접수되는 신고 건수는 하루 평균 500~600건이지만 대부분이 경미한 교통사고거나 경찰관 출동 요청이고, 신속배치시스템이 적극 활용되는 경우는 25건 정도. 이 중 절반 이상이 현장에서 검거된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무선 지령에만 의지한 채 무작정 현장을 돌아야했던 이전과는 달리, 일선 순찰차에서 정확한 지령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 또한 순찰차 안에서 차적 조회와 용의자의 수배·전과 조회가 모두 가능하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양명욱 대구경찰청 생활안전계장은 "범인의 검거와 도주의 차이는 불과 5초"라며 "범죄 피해를 입었을 경우 얼마나 빨리 112에 신고하느냐에 범인의 현장 검거 여부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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