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산소를 마구 파헤친 적은 있어도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경북 청도 이서면 칠엽2리 '염소 방목장 킬링필드' 사건(본지 17일자 4면 보도) 이후 이 마을 주민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고 있다. "무슨 짐승이 출몰했는지 알아야 대책을 세우든지 할 텐데…. 35가구 70여 명이 사는 평온한 마을에 같은 사건이 또 일어날까 불안해." 19일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걱정스레 입을 모았다.
이번 사건으로 죽은 염소는 18마리로 확인됐다. 행방이 묘연했던 염소 32마리는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7일 오후 방목장으로 돌아왔다. 이장 변이득(57) 씨는 "겁먹은 염소들이 방목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2천여 평의 방목장은 겉으론 평온을 되찾았지만 아직도 불안감이 감돌고 있다.
방목장 주인 추인엽(59) 씨는 "염소들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방목장 한쪽에 몰려 있고 사료나 물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사건 이후 방송사 촬영팀을 비롯한 외지 사람들이 자꾸 들락거리는 바람에 살아있는 염소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겠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추 씨는 "경찰 수사에 한가닥 기대를 건다. 빨리 사건이 해결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청도경찰서 강력수사팀은 19일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 사건 당일인 15일 오후 사람소리, 개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와 낯선 차량을 봤다는 제보를 받아 이와 부합되는 단서를 찾고 있다. 경찰은 급작스런 짐승의 출몰로 짐작되는 만큼 인근의 사냥개·진돗개 또는 들개, 산짐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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