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숲을 바라보지 못한 손학규의 선택

지난해 100일 民心(민심)대장정에 들어갔을 때,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이미지는 참신했다. 케케묵은 이념논쟁이나 탁상공론에 질려 있던 국민들에게 정치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알려준 청량제였다. 학자요, 정치'행정가에다 쾌남의 면모까지 갖춘 그에게 희망의 씨앗을 바라본 국민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 脫黨(탈당) 회견은 이런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가 불리한 현실정치 속에서 자신의 소신을 위해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나서줄 것을 기대했다. 승리한 패자가 되어 줄 것을 희망했다. 많은 고난과 역경 없이 큰 꿈이 저절로 익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그릇이나 통찰, 참을성이 그 정도는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가 국민 앞에 내민 선택은 몰염치함이었다. 민심대장정 때 보여준 진지성이나 성실성과는 완전 딴판인 손학규의 모습이 드러났다. '내가 한나라당 그 자체'라는 바로 얼마 전 발언은 표리부동한 정치인의 진면목만 확인시켰을 뿐이다. 자신이 대통령 후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아집,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독선이 여과 없이 노출됐다. 그는 정치지도자로서의 덕목인 '아름다운 이별'마저 거부했다. 국회의원, 장관, 지사로 키워준 한나라당을 軍政(군정) 잔당, 독재 잔재로 몰아붙였다. 인간으로서도 실패한 이별이다. 미래, 평화, 통합을 부르짖는 그의 주장이 공허하게만 들린다.

국민의 뜻은 분명하다. 더 이상의 '이인제'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정치풍토를 청산하고, 개인이 아닌 정당정치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至上(지상)명령이다. 한 순간의 판단 실수로 장래성 있는 한 정치인이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것 같아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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