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삼성전자 구미연구센터를 미리 가보다

새봄, 삼성이 '큰 선물'을 대구·경북에 안겼다. 지역민들로서는 화창한 봄날, 계절을 거슬러 온 산타클로스를 맞았다.

세계 정보통신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3천억 원을 투입, 구미공장 안에 초대형 연구센터를 만들기로 하고 오는 23일 기공식을 갖는 것이다.

사실, 이 연구센터가 첫 삽을 뜨기까지, 삼성전자 내에서는 '말'이 많았다. "'시골'에다 연구센터를 짓는 것이 말이 되느냐" "대구·경북에 엄청난 투자를 할 만큼 그곳이 기업친화적인 곳이냐" 등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이 오랜만에 그룹의 모태인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무려 5천 명에 육박하는 연구원들이 근무하게 될 글로벌기업 삼성전자(대표 윤종용 부회장) 연구센터를 대구·경북이 갖게 된 것이다.

◆어떤 곳이기에?

구미시 임수동 삼성전자 구미2사업장 내에 들어서는 '구미 기술센터'는 지상 20층, 지하 4층, 연면적이 3만 8천 평에 이른다. 23일 기공식과 함께 본격적 공사에 들어가 2009년 2월 문을 연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의 주력 상품인 휴대전화에 대한 연구개발 활동이 이뤄진다. 현재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내 연구개발인력이 2천 명가량이지만 이 건물이 완공되면 연구원 숫자가 5천 명으로 불어나게 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수원에 있는 연구소를 중장기 연구과제 중심으로 운용하는 한편, 구미 기술센터는 상품화와 직결되는 연구과제를 부여, 수원과 구미 '투톱 R&D체제'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구미 기술센터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는 것.

규모도 크지만 '최첨단 안전시설'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여 건물 자체도 화젯거리다. 이 건물은 진도 6.5의 지진이 발생해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해놨다. 당초 계획보다 공사기간을 몇 개월 늘려 잡을 만큼 시공부터 심혈을 기울인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23일 기공식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정보통신총괄사장 등 삼성전자의 주요 임원이 총출동하고, '관할 구역이 다른' 김범일 대구시장까지 기공식에 참여한다. 김 시장은 이날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 발표 때문에 케냐로 출국해야 하지만 일정을 쪼개 기공식에 참석할 예정. 구미 기술센터의 위상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과연 어떤 효과가?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가 만들어지면 첨단IT기술을 필요로 하는 모바일 산업의 연구기능이 한층 강화, 연구와 제조 인프라를 동시에 갖춘 모바일 산업단지로 대구·경북이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술센터가 들어오면 부품·금형·구매·품질관리 등 모바일 관련 업체가 연쇄적으로 집적될 수 있어 지역이 모바일 클러스터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구미와 인접한 칠곡, 김천, 경산 등은 물론, 대구의 소프트웨어 및 부품업체들도 파급효과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윤종용 부회장은 미리 배포한 기공식 연설문을 통해 "구미 기술센터가 완공되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중추적 메카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며 "기술센터 준공으로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결국 대규모 모바일 클러스터로 대구·경북이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부회장의 언급처럼 현재보다 기술인력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에서 '5천 명 효과'가 막대한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과 해외에서도 고급인력이 이곳으로 들어오게 됨은 물론, 지역의 우수한 학생들이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삼성전자 구미사업장(공장장 장병조 부사장)= 애니콜 신화를 창조해온 첨단기업이다. 1980년 국영기업이었던 한국전자통신을 삼성이 인수, 1982년 삼성반도체통신을 설립하면서 삼성의 정보통신사업이 본격화했다.

이후 삼성은 구미사업장을 통해 세계 휴대전화 메이커 빅3 가운데 한 곳으로 도약했으며,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2005년엔 휴대전화 연간생산량 1억 대 시대를 연 이후, 지난해 매출 22조 원을 달성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구미공단 전체 매출의 46%, 국내 무역수지 흑자의 44%를 차지할 만큼 대구·경북지역 경제의 큰 축이 되고 있다. 이곳은 올해 휴대전화 1억 4천만 대 생산을 목표로 삼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