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인간 고뇌의 근본 원인을 탐·진·치 세 마음에서 찾는다. 애착과 욕심, 미움과 분노, 어리석음을 버려야 할 독이라고 가르친다. 중국 선종을 연 보리달마가 셀 수 없이 많은 사찰을 세우고 수많은 승려를 먹여 살린 양 무제에게 아무 공덕도 없다고 한 까닭도 탐진치 세 마음을 경계한 것과 다르지 않다. 집착에서 고통이 생기고 집착을 버릴 때 즐거움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위로 올라가는 길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아래로 내려가면 알 수 있다고 답하는 불교 선사들의 말처럼 기독교 성자들에게서도 집착을 버리라는 가르침이 많다. 아래로 아래로 몸을 수그려 더 높이, 더 높이 올라간다고 한 십자가의 성요한은 모든일에서 행복을 구하려면 아무 일에서도 행복을 구하지 말며 모든 것을 가지려면 아무 것도 가지지 말라는 역설을 남기고 있다.
그러나 집착은 성공의 한 요인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부자가 되거나 출세한 사람들에게서는 목표를 향한 집착과 욕심이 발견된다. 아무런 욕심도 없는 사람이 바라는 일을 이룬 예는 드물다. 그래서 세상 부모들은 한결같이 아이들에게 욕심을 원한다. 욕심과 애착을 가지고 인생 목표를 이루라고 가르친다. 욕심은 성공의 필수조건이자 갈등의 씨앗인 모양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을 두고 왈가왈부가 오간다. 당사자격인 한나라당의 비난과 공격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꼬집는다. 손 전 지사는 당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해 나라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 생각이 일단 그를 변절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의 행보를 피할 수 없는 길로 지지하는 이들도 적지 않겠지만 그를 나무라는 사람들은 그의 선택을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집착으로 보고 있다.
다가올 선거에 나서겠다는 여타 후보들도 결코 집착의 갈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앞으로 누가 다시 비슷한 행보를 보일지 아직은 알 수 없을 뿐이다. 성공의 길로 향하던 적잖은 정치인들이 정상의 문턱에 와서 몰락하곤 했다. 목표지점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고 여기는 순간 그들은 나락으로 추락했다. 한발 물러서는 여유가 없었던 탓일 수도 있지만 결국은 그의 뜻과 국민의 바람이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치와 선거에서 바라고 찾는 희망은 과연 정당과 정치인 혼자만의 것일까.
서영관 북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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